소설 <죄와 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등으로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러시아의 문학가 도스토옙스키. 그의 5대 장편 중 하나인 <백치>가 현대 연출가 두 명의 손을 거쳐 한국 무대 위에 오른다.

원작 <백치>는 주인공 미슈킨 공작의 내면과 현실의 괴리를 치밀하게 묘사했던 걸작. 러시아 연출가 안드레이 세리바노프와 한국의 연출가 임형택이 '현대판 백치'를 위해 힘을 모았다.

연극은 두 파트로 나뉜다. 원작 <백치>를 모티프로 한 첫 번째 파트에서는 러시아의 공작 미슈킨의 이야기를 다뤘다. 건강 회복을 이유로 스위스에 체류하던 공작 미슈킨은 요양 후 러시아로 돌아온다.

러시아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상인 로고진이 아름다운 여인 '나스타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태껏 돈으로 환심을 사려한 남자들을 비웃었던 나스타샤는 미슈킨의 운명적이고 순수한 사랑에 갈등하지만, 그와 사랑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괴로워하는데. 이들의 숙명적인 욕망과 사랑이 이야기의 주를 이룬다.

러시아의 '백치' 이야기가 끝나면 한국의 '백지' 이야기가 시작된다. '백치 아다다'를 연상시키는 동네 백치, 백지는 동네 아이들의 괴롭힘에도 늘 가만히 웃고 있다.

그저 백치로 여겨져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졌던 백지는 그 아이들이 노인이 된 후 마을로 돌아오는데. 첫 번째 파트에서 욕망의 상징 '나스타샤'를 연기하는 배우 이채경이 백지 역을 함께 맡아 인간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6월 17일부터 6월 2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02)923-181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