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제목으로 치장한 연극, 소설, 작품은 여태 너무 많았다. 있어 보이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유혹하고자 내용, 주인공, 주제를 모두 넣어 늘이고 늘인 제목들은 결국 진을 빼고 실망을 부추긴다.

연극의 제목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을 보자. 길다. 그런데 깔끔하다. 단 두 명의 배우가 하나의 세트에서 꾸리는 이야기 역시 단정하다.

2009년 2인극 페스티벌에 초연을 올린 후 2010년, 2011년까지 꾸준히 무대에 소개됐다. 창작 연극이자 정극, 관객 몰이에 어려움을 겪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도 연장 공연에 들어간 것은 신예 작가 김숙종과 노련한 연출가 최용훈의 덕이 크다. 대화로 이어지는 스토리와 급변하는 전개를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잘 팔리지도, 그렇다고 확고한 예술성도 없는 한 만화가의 집에 도서판매 영업사원이 찾아온다. 화장실이 급하다는 핑계로 집 안에 들어온 그는 만화가에게 백과사전 전집을 팔고자 말을 붙인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백과사전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영업사원의 달변에 넘어가고만 만화가, 계약서에 서명한다. 혼자 사느라 '가정식 백반'을 못 먹어봤다는 만화가는 영업사원에게 함께 점심을 먹자고 제안한다.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만화가와 영업사원은 서로 초면이 아닌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데.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6월 24일부터 7월 17일까지. 정보소극장. 02)889-3561~2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