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충돌은 상처와 갈등과 아픔을 낳으므로,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충돌에서 멀리 돌아가려 한다. 발음할 때조차 날숨을 쉬며 마찰을 일으켜야 'ㅊ-'를 뱉을 수 있는 이 거친 단어, 그럼에도 가끔은 성장을 던져준다.

이 낯선 것들의 부딪힘에서 나오는 색다른 시너지에 주목한 작가가 있다. 작가 안두진은 먹구름 사이에 천연색으로 빛나는 해와 번개, 깊고 높은 파도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생경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심해공포증이나 우주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도저히 눈을 다 뜨고 볼 수 없다. 색은 깊고, 공간은 넓고, 저기 먼 지평선은 아득하다. 제 빛을 잃고 새빨개진 바다는 그럼에도 본분은 잊지 않고 넘실거린다.

뚝 끊어진 하늘에는 번개가 치고 땅에서는 전쟁이 한창이다. 그런데 의아하리만큼 딱 떨어진다. 패턴화된 풍경묘사가 전혀 패턴화되지 않은 상황을 그리면서 아이러니한 괴리가 넘친다. 작가는 이를 포함한 '충돌'의 언어를 '이마쿼크'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충돌은 긴장과 당혹과 에너지를 극대화한다. 따라서 충돌은 어떤 것들의 시너지를 촉진시키는 시발점이면서, 에너지 자체다. 전시는 당혹스러울 테지만 그 때문에 관람객을 쫓을 만큼 대책 없지는 않다.

<충돌의 언어> 전에서는 유화 작품을 비롯해 페인팅, 조형 작업들이 함께 전시된다. 작가와 나의 충돌, 어떤 '언어'를 뿜어낼까. 전시는 6월 17일부터 7월 30일까지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볼 수 있다. 02)3448-010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