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춘(早春)'
인생을 자연에 비유하는 것은 정말 '인생'을 살아본 자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의 그 복잡다단한 변화와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묶어보는 일은 노장의 시선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여기, 세월의 풍파에 깎이고 다져진 산과 우리네 인생을 함께 굽어보는 작가가 있다. 작가 백범영의 '자연관조' 전은 위풍당당한 노송과 깊은 산골, 넉넉한 구름의 품을 그렸다.

작가는 산이 인간과 꼭 어울리는 이유로 산의 다양함을 꼽았다. '산'을 "둥근 산, 각진 산, 우람한 산, 늘씬한 산, 살집이 두터운 산, 야윈 산, 촉촉한 산, 메마른 산, 거친 산, 부드러운 산…"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일은 작가의 역량.

이를 보고 태동의 에너지와 고즈넉함, 자연의 넉넉함을 느낄 수 있다면 작가의 '자연관조'를 효과적으로 따라오는 셈. 어렵게 여기저기 재지 않고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면, 작가 백범영의 의도는 분명히 파악된다.

산을 그리는 일은, 그가 우리 주변에 항상 있음에도, 어렵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산을 그저 따라 그리는 데 급급하기보다 산의 내적 특성까지 화폭에 담으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작가의 말처럼, 우리 주변 땅의 70%는 산이다.

이렇게 가까이 선비와 문인과 친구를 두고, 여태 무엇을 했는지. '자연관조' 전을 관람한 후, 가까운 산에 올라가보는 것도 좋은 선택을 듯싶다. 6월 15일부터 6월 28일까지. 스페이스 이노. 02)730-676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