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의 기억'
장지 위로 희미하게 올라오는 식물의 모습, 꽃이 피었다가 잎이 솟는다. 이 흐뭇하고 신비로운 광경을 이라 묶었다. 작품의 제목과 내용의 유기성, 한 편의 시처럼 서정적이고 흥미롭다.

어떻게 자연의 순간 캡처를 이라고 표현했을까. 유들하고 어디든 떠다니는 공기는 따라서 자연의 무한변주를 무리 없이 따라가고, 투명한 제 몸에 자연을 담아 그대로 재생한다.

종이를 덧붙이고 옅은 물감을 켜켜이 올려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손이 많이 갔다. 자연이 저를 틔우고 기르는 데 드는 품이 그러할 터. 작가의 작업들은 식물의 현실적 형태라기보다 식물의 모태, 식물의 속성을 집약해 놓은 그림 같다.

평론가 이윤진은 "근원적인 공간 체험, 막연한 느낌, 인상과 기억"을 작가 이혜민의 작업 특징으로 읽었다. 하나의 풍경을 그대로 모사하지 않고 그의 근원적 모태를 찾아 깊이 있게 들어갔다는 평이다.

식물과 눈, 구름의 뿌연 형태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아련함과 그리움을 부른다. 관람객들은 작품 속 안개를 헤치며 자연의 풍광을 상상하게 된다.

작가는 전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가 변화무쌍한 자연의 흐름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전시는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미술공간 현에서 열린다. 02)732-5556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