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세대 무용학자 정병호 중앙대 명예교수연낙재 등 출간… 학문적 업적 조명도

한국무용학을 대표하는 제1세대 무용학자 정병호(84) 중앙대 명예교수가 최근 두 권의 학술서 <한국 전통춤의 전승과 현장>, <한국 전통춤의 원형과 재창조>(민속원)를 펴냈다.

정병호 글, 성기숙 기획•편집으로 출간된 두 책은 춤자료관 연낙재(관장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20세기 한국의 주요 춤인물의 업적과 발자취를 기록으로 정리해 아카이브화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나왔다. 정병호 명예교수는 지난 2007년 평생의 학문적 여정이 담겨 있는 무용학 관련 자료 일체를 연낙재에 기증했고, 이들 자료는 연낙재무용학술총서 시리즈 제4권, 제5권으로 간행됐다.

정 명예교수는 해방 직후 대학생 신분으로 함귀봉 조선교육무용연구소에 입문해 조동화, 최창봉, 차범석, 정순영 등과 함께 현대무용과 교육무용을 체득했고, 이후 중앙대 교수를 지내며 평생 무용학의 이론정립에 몰두했다.

이를 기반으로 출간된 두 권의 책은 정 명예교수가 1960~80년대 전국의 민속예능의 현장을 찾아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연구한 이론적 성과를 한 데 모은 것이다. 산업화•도시화로 원형이 사라졌거나 형태가 변질된 우리의 민속예능을 보존하고 후대에 계승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두 권의 저서에는 한국 전통춤의 역사와 정신, 미학적 실체와 향토성이 강조된 민속예능의 다양한 전승현장이 밀도 있게 펼쳐져 있다. 또 최승희의 실체와 북한무용을 논하고 있으며, 아시아 전통춤의 비교연구도 관심을 끈다.

평론가로서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무용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제언과 공연평, 서평 등도 주목된다. 특히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1960~80년대 민속예능의 현장이 투영된 200여 장의 희소적 가치를 지닌 사진을 수록해 전통춤의 원형적 실체를 가늠케 한다.

<한국 전통춤의 전승과 현장>은 크게 4부로 구성됐으며, 제1부 한국춤의 전승과 미학, 제2부 민속예능의 전승현장, 제3부 민속예능의 현장과 향토성, 제4부 아시아의 전통춤 비교 등으로 편성돼 있다. 책 말미에는 정병호 교수의 연구활동과 학문적 업적을 조명한 성기숙 교수의 연구논문 '열정과 집념으로 한국무용학의 지평을 열다-정병호론'이 수록돼 있다.

<한국 전통춤의 원형과 재창조>는 총 4부로 구성돼 제1부는 '한국 전통춤의 이론과 정신'을 거론하고, 제2부에서는 '최승희의 실존과 북한무용'을 논하고 있다. 제3부 '한국춤의 전통과 창조성'은 공연평으로, 제4부 '춤현장에 대한 비평적 대화'는 대담과 좌담을 통해 현재의 춤과 과제를 다루고 있다.

한편, 연낙재는 6월 22일 개관 5주년을 맞아 '무용가를 생각하는 밤' 11회 순서로 정병호 교수의 학문적 업적을 집중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긍수 중앙대 교수가 '온화한 인품의 큰 가르침'이라는 주제로 정병호 교수를 회고했고, 이어 이병옥 용인대 교수의 '정병호의 민속예능 현장답사의 문화론적 의미', 성기숙 교수의 '정병호의 학문적 업적과 발자취'라는 논문발제가 있었다.

또 정병호 교수가 3년 전 연낙재에 기증한 1960~80년대 민속예능 현장이 투영된 희귀자료와 최승희 관련 자료도 설명과 함께 공개됐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