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하는 습관'협업의 동상이몽과 가상 만남 통해 다양한 생각들 그려내

예술은 언제나 특별하고 창의적인 것일까. 아니면 평범하고 일상적인 예술도 있는 걸까. 만약 후자의 예가 있다면 그런 걸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 도대체 예술이란 무엇일까.

6월 21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한 앨런 베넷의 '예술하는 습관(The Habit of Art)'은 극중극(劇中劇) 형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연극배우와 제작진이 실존인물이었던 영국의 대시인 W. H. 오든과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가상의 만남을 연극 '칼리반의 날(Caliban's Day)'로 보여주며 '예술의 속성과 본질'을 고민하게 한다.

연극 밖 예술의 모습은 이런 주제만큼 고상하지 않다. 연출가가 빠진 상태에서 무대감독의 감독 하에 진행되는 리허설은 시종일관 삐걱댄다. 주연배우는 자신의 역할이나 상황이 이해가 안 간다며 작가에게 끊임없이 항의한다.

조연배우들은 자신의 비중이 적다고 계속 투덜댄다. 연출가가 자신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대본을 수정한 것이 불만스러운 작가는 배우들의 계속된 항의에 "그냥 대사만 하면 안돼? 배우들이란 정말~" 하고 짜증을 낸다.

무대감독은 이들의 불협화음을 중재하며 힘겹게 리허설을 진행한다. 숭고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이 창작의 과정은 일상의 다른 협업 과정과 다르지 않은 예술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술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연극 속 예술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두 예술가는 성 정체성이나 창의력, 공명심, 시대에의 적응력 등 숨겨진 고민 때문에 예술에 대한 부담감을 가진다. 오든은 "난 요즘도 시를 써. 난 예술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거든"이라는 말로 이런 부조리한 상황을 보여준다.

습관적으로 하는 예술은 더 이상 예전처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브리튼 역시 "영감이 막힌 적이 없다"며 자신하지만, 사실은 새로운 조류를 따라가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부담감을 표출한다.

이는 예술의 영역과 평가에 대한 예술가들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어떤 예술을 평가할 때 작품 자체만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도 있지만, 그 예술가의 삶까지 고려하며 평가하는 시선도 있다. '칼리반의 날'을 연기하는 배우들이나 그들이 보여주는 인물들은 모두 이런 자기검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배우들이나 작가는 좋은 연극을 만드는 목표보다 자신의 역할이 왜곡되거나 축소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극 속 인물들 역시 자신들의 실제 삶이 명성을 훼손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이처럼 일상 속의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앨런 베넷은 오히려 예술의 순기능을 발견한다. 이는 "우리도 중요한 삶의 일부에 동참할 수 있고, 개인적인 성장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극중극의 남창(男娼)의 대사에서 나타난다.

겉으로는 별 볼 일 없는 소외된 계층인 그의 처지는 오늘날 연극의 입지와 맞물리며, 열악한 현실에서도 '습관'처럼 반복되며 사회에 힘을 불어넣는 예술의 변함없는 본질을 대변한다.

예술의 의미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균형 있게 그려낸 '예술하는 습관'은 중견연출가 박정희의 연출로 7월 10일까지 계속된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