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대학'서 '키사라기 미키짱' 까지 잇따라 무대에
제목에서부터 일본 냄새가 짙은 연극에 이처럼 아무 거리낌 없는 호응이 나타나는 것은 10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일본 원작을 번역한 작품이나 일본 연출가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 잇따라 한국 무대에서 공연되고 있다. 한때 거센 저항에 부딪혔던 일본연극은 어떻게 한국 무대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을까.
국적을 초월하는 명작의 꾸준한 공연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을 때에도 좋은 일본 연극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공연되고 있었다. 종종 독도 영유권 발언이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가 불거질 때면 일본문화의 거부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시기를 가리지 않고 공연됐던 수작들을 통해 관객들도 민족적 강박증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코우키의 또 다른 희극 <너와 함께라면> 역시 '연극열전3'에서 소개된 후 코엑스 아트홀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배역이나 정서 등은 일본적이지만 70대와 20대의 사랑이라는 소재를 유머러스하게 풀어가는 방식에서 폭넓은 관객층을 팬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일본에서 '조용한 연극'으로 유명한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는 국내에 '과학연극'이라는 용어를 유행시킨 사람이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그의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는 1편인 <진화하는 오후>와 2편인 <북방 한계선의 원숭이>가 해마다 호평을 받으며 국내에 과학연극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두산아트센터가 그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면서 <과학하는 마음3 - 발칸동물원>과 <잠 못드는 밤은 없다> 등을 소개하면서 '일본'이라는 제한보다는 '아시아'라는 더 큰 영역에의 고민을 제안하기도 했다.
재일교포 연극의 귀환
술집을 배경으로 하며 힘들고 어두운 현실을 유머러스한 감성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과 자주 함께 언급되는 <야끼니꾸 드래곤>의 극작가이자 연출가 정의신도 근래 많은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2008년부터 해마다 한 작품씩(<야끼니꾸 드래곤>, <바케레타>, <적도 아래의 맥베스>) 무대에 올린 정의신은 올해는 두 편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 얼마 전 막을 내린 <겨울선인장>과 6월 30일부터 공연되는 <아시안 스위트>가 그것. 특히 <아시안 스위트>는 티켓 오픈 3일 만에 매진에 가까운 예매율을 보이고 있어 이들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보다 다양해진 장르의 폭
이제까지 일본에서 건너온 연극들이 '과학연극'이나 '재일교포', '희극' 등의 특정한 콘셉트를 위주로 하는 작품들이었다면 최근 공연되는 연극들은 일본 문학이나 대중문화 등을 자유롭게 가공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7월부터 서대문문화회관에서 공연되는 연극 <침묵>은 다니자키 상을 수상한 일본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동명의 종교소설을 2인극으로 각색, 번안한 작품이다. 국적을 넘어 신과 인간의 관계를 신앙의 측면에서 풀어내고 있는 이 작품은 종교적 색채가 강한 까닭에 종교단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이제까지 국내에서 일본연극은 문화 교류의 측면에서 전통예술 기획공연이나 한일 공동 창작 등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서 '수입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 더해 최근 도처에서 공연되고 있는 작품들은 한국 관객들의 정서에도 잘 맞는 코드로 어필하며 국내에서 일본발 연극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