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우린. '우리'로 끝났다면 관계만을, '했다'로 끝났다면 행위만을 알렸을 말은 으로 관계와 행위를 동시에 나타낸다. 거기에 새의 깃(羽)과 물고기의 비늘(鱗)의 뜻도 함께 가졌다.

포식자와 그 먹이로의 만남 이외에 우연하게라도 만날 수 없는 물고기와 새의 '우리'는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작가 공시네의 캔버스로 '우리'로 만난다. 물고기는 하늘을 떠다니고, 작품의 제목은 '이웃새', '사이에서', '친구사이'다.

작가는 작품을 위해 두 번의 과정을 거친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오브제를 주로 하되 작가 나름의 의미가 담겨 있는 오브제를 우선 실제 제작하고, 이를 토대로 회화를 완성한다.

입체에서 평면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작업이지만 이질감을 느낄 수 없는 것은 편안한 색감과 단단한 조화 덕분. 작가는 실제 오브제를 오랜 기간 조합하여 '관계'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배치를 찾아낸다.

흰 그릇 사이에 놓인 검은 화병은 방해자를 암시하고, 다른 색의 병은 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붙어서 '이웃새'로 불린다. 평론가 심상용은 이를 두고 "공시네의 회화는 이렇게 주어진 것들을 짝짓고, 그 관계 속에서 살도록 조치되는 하나의 상징적인 세계를 자처한다"고 설명했다.

일상적 사물들의 평온한 배치로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가 공시네. 특별한 경험에서 깨닫기보다 일상에서 일순 알게 되는 진리가 더욱 오래 살아남는다. 6월 21일부터 7월 17일까지.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02)723-619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