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미, 'scene'
'구름을 물들이며 달을 드러낸다.' 달은 빛으로 제 존재를 탁월하게 나타내는 존재다. 따라서 회화에서 달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달의 분화구를 세밀하게 그리는 것 보다 그 흐붓한 빛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름 사이 숨은 달을 그리는 데 온화한 빛을 그리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따라서 '홍운탁월', 얼마나 대상의 특성을 철저히 파악한 기법인지.

작가 박상미와 장희진은 작품 속에서 모두 식물을 다루고 있다. 정확히는 박상미는 전반적인 식물을, 장희진은 나무를 그린다. 두 작가의 작품을 양쪽에 놓고 보면 무엇으로 묶였는지 알 수 없지만, 이 '홍운탁월'의 정신으로 보면 서로 통한다.

작가 박상미는 식물의 색을 흐리게 그리는 대신 주변의 색을 원색으로 처리하여 식물과 다른 사물 사이의 생경함을 유도하고 제3의 풍경을 재현했다. 작가 장희진은 배경에 두드러지는 색을 넣어 나무의 형태를 드러냈다.

이는 나무의 형태만 표현한 것이 아니라 나무의 배경과 나무 사이의 유기적 연관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동양화가 그리고자한 저 뒤편의 세계, 암시적 회화를 다시 표현한 작가들. <홍운탁월> 전에서는 "일상의 공간(real)과 상상의 공간(unreal),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하는 주체에 관한 의문을 다채롭게 펼쳐냈다."고 전했다.

장희진, 'Sound of Wave'
1977년, 1976년 생으로 태어난 해가 비슷한 두 작가는 2006년 전시로 데뷔한 점도 닮았다. 서양화(장희진)와 동양화(박상미)를 전공한 두 작가의 '동상이몽',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6월 29일부터 7월 30일까지. Eon Gallery. 02. 725. 677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