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
<나는 몽상가> 전의 주인공은 단연코 여자다. 여자는 작가 황영자의 캔버스 안에서 생각하고, 앉고, 목이 잘린 채로 꿈꾼다. 여기에 이들이 안고 있는 인형은 제2의 메신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푸른 선글라스를 끼고 머리에 리본을 단 여인은 현실 세계에 당연히 있을 법 하면서 현실을 그린 것은 아니고, 남성의 담배 연기에 갇힌 여성은 다분히 현실적인 단면이지만 추상적이다.

평론가 오광수는 <나는 몽상가> 전에서 여성 모티프가 가지는 중요성을 언급하며, 현실과 추상을 넘나드는 작풍을 향해 "꿈이자 동시에 현실세계로의 부단한 왕복"라고 평했다.

자주, 보라, 검정에서는 농익은 여인의 모습이 비춰지고 검은 망사 스타킹과 빨간 구두, 숲의 배치는 여성의 성적인 매력을 극대화한다. 이렇듯 작가 황영자의 작품에는 색채와 구도를 사용해 나타낸 여성미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스스로를 "그림 그리는 여자"로 칭하기를 좋아하는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화폭에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작가 황영자는 85년 전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70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무척 감각적인 작업이 돋보인다. 리본 머리와 짙은 자줏빛 립스틱은 놀랍도록 트렌디한 감성이다.

전시는 6월 28일부터 7월 12일까지 유엠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02.515.397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