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페라 '잔니 스키키'유서 조작 프로젝트 통해 시대 초월한 인간의 끝없는 욕심 보여줘

오페라가 웃기면 얼마나 웃길까 싶지만 서울시오페라단이 막을 올린 <잔니 스키키>는 특유의 코믹함으로 객석을 확실히 휘어잡았다. 지난 7월 6일부터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의 중극장 세종 M씨어터에서 공연된 푸치니의 희극 오페라 <잔니 스키키>.

이탈리아 피렌체의 부호 부오소가 숨을 거둔 날, 그의 임종을 위해 모인 친척들의 진땀나게 분주한 하루를 담고 있다. 부오소의 유산에 눈이 먼 친척들은, 전 재산을 수도원에 기증한다는 고인의 유서를 조작하기 위해 잔니 스키키를 끌어들인다.

그는 부오소의 조카, 리누치오의 연인 라우레타의 아버지. 리누치오와 라우레타의 로맨스 덕에 그 유명한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의 아름다운 선율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희극 오페라에 시의적절하게 등장한다.

남자친구 집안의 반대에도 기어코 결혼하고 말겠다는, 다소 협박 조의 딸의 간곡한 노래에 잔니 스키키는 떠밀리듯 유서 조작에 가담한다.

공연 첫날, 라우레타 역을 맡은 소프라노 김지현은 무척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이 노래의 진가를 드러냈다. 잔니 스키키 역을 맡은 바리톤 김관동과는 실제 부녀 사이로, 덕분에 이들의 호흡은 한층 편안해 보였다.

등장 초반 다소 불안정했던 김관동의 노래와 연기는 유서 조작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부터 무대를 주도하며 다른 인물들과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줬다. 김관동은 능청스러우면서도 기지가 넘치는 잔니 스키키와 혼연일체를 이뤘고, 음흉한 욕심 덕에 잔니 스키키에게 발등 찍히는 부오소 친척들의 연기는 극을 자연스럽게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또 이번 공연을 위해 오디션을 통해 리누치오 역을 거머쥔 테너 강동명의 노래 역시 빛을 발했다. 라우레타와의 결혼 승낙을 바라며 부르는 '피렌체 찬가'에서 미성의 테너는 신인답지 않게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힘 있는 음색을 들려주었다.

부오소의 친척인 시모네 역의 베이스 박준혁과 베토 역의 바리톤 한진만, 치타 역의 메조소프라노 신민정, 넬라 역의 소프라노 박미영, 체스카 역의 소프라노 김지아 등 억지스럽지 않은 빼어난 희극적 연기와 훌륭한 가창력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절로 손뼉을 치게 만들었다.

13세기경 이탈리아에서 벌어지는 먼 시간과 장소의 이야기지만,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은 이경재의 연출로 한층 가깝고도 맛깔스럽게 버무려졌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