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죄를 고백합니다'
'나는 고백한다.' 무엇을. 나의 폭력적인 이면과 억압된 성향을, 그 안에서 볼 수 있는 쾌락과 이를 고백하는 나의 죄의식을. 말하다, 표현하다처럼 단순한 '말하기' 방식을 떠나 '실토하다'의 뜻에 가까운 'confess'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전시가 고백적 요소를 잔뜩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 고문 도구에서 착안한 작품 'I confess my sins'는 작가가 전시를 준비하며 입어왔던 작업복과 고깃덩어리를 함께 걸었고, 'His Face was Twisted with Pain'는 '때리고 맞는' 행위에 도착적 쾌락을 얻는 남녀를 묘사했다.

앞서 소개한 두 작품은 서로 닮은 듯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억압된, 언급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각자의 개인은 그러나 '고백하고',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그리고 그 객체에게 고통을 주는 타자는 이 표현의 행위를 억압하면서도 이끌어낸다.

작가 장지아는 이 같은 양면을 두고 "자학적 고통이 쾌락이나 욕구로 전환되는 순간과 영역의 가능성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고 정리했다.

전시장 한 편에 늘어선 채찍이나 몽둥이, 불에 달군 구리 구두 등은 잔혹동화 등에서 쉬이 찾아볼 수 있는 고문 도구. 동화는 종종 아이들이 읽지 않아도 좋을 법한 현실을 담아내므로, 이 고문 도구가 실제로 쓰였다는 사실은 문건을 읽지 않고도 알 수 있을 테다.

다만 작가는 고문 도구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근현대사에 깊이 자리한 '고문의 역사'를 보여주기보다, 개개인에게 '너의 죄를 묻는다.'

7월 7일부터 7월 30일까지. 갤러리 정미소. 02)743-5378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