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비친 달'
종종 그 의미보다 형태가 우선하여 보이는 작업은 그가 가지고 있는 가치보다 적은 평가를 받거나, 혹은 더한 평가를 얻는다.

대개 아름다움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을 테고, 그 함축적 의미를 두고는 평가가 크게 나뉠 것이다. 그러나 주제를 드러내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재료를 찾은 일은 칭찬 받아 마땅한 바, 빛을 표현하고자 LED와 세라믹을 이용한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조각조각 나뉜 세라믹 판은 그 틈새로 쏟아지는 빛을 그대로 보여준다. 세밀한 작업을 요해 품이 두세 배로 드는, 나누어진 조각으로 보여주는 빛의 회화는 이렇게 제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빛을 이용한 작업은 외부 환경에 의해 금세 다른 빛깔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또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비춰지는 빛의 자리는 관람객과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이렇게 관람객의 시선과 맞닿아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은 그 작업 과정과도 닮아 있는데, 단순히 빛을 품어내고 이를 표현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빛을 어떻게 뿜어낼 것인지에 대한 정밀한 계산이 들어 있는 작업은 '흙'과 '프로그래밍'을 하나로 합쳐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아르코 미술관의 학예장 최흥철씨는 작가 김지아나의 세라믹 작업을 두고 "회화적 평면성을 벗어나 소통의 가능성이 열리며 공공성을 획득하게 되는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이라고 평했다. 사진과 회화를 벗어난 재구성으로, 그 재료만으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것.

7월 30일까지. 갤러리 비원. 02)732-127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