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e upon a time'
<슬로 모션> 전에서 만나는 풍경화들은 딱 떨어지는 '연작 주제'가 없다. 바꿔 말하자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주제를 풍경화 속에 담았다.

작가는 잡지에서 찾아낸 정물 사진이나 어느 근방에든 있을 법한 풍경 사진을 토대로 풍경화를 그렸다. 어떤 것을 찾아 표현하는 것은 그 대상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일과 같으므로, 작가의 이 '흔한' 풍경화는 곧 작가 주변의 모든 것들이 특별함을, 작가가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알린다.

조은정의 풍경화가 다른 풍경화와 다른 또 다른 이유는,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선'에 있다. 작가는 끊어지는 직선들을 이용해 풍경을 표현했는데, 장대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풍경은 선의 역동성을 얻어 사실처럼 보인다.

곡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풍경은 극사실회화와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이 같은 기법으로 표현한 풍경은 지금 있는 풍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극사실회화'로 부를 수 있을 법하다.

더불어 산란히 부서지거나 음습하게 비치는 빛은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효과적으로 꾸려낸다. 비슷한 색상들을 연결해 그어 그리는 방식은 풍경 속 유기체들의 연결을 기법으로 보여준다.

<슬로 모션> 전은 경희대 겸임교수인 최정희 큐레이터가 기획했다. 7월 13일부터 7월 19일까지. 노암갤러리. 02)720-2235~6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