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여자'를 생각하며 단박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젊고 바쁜' 여자다. 세상에는 여자와 남자, 아줌마가 있다는 현실적인 우스갯소리는 우리 사회가 아줌마에 대해 지니고 있는 폭력적인 시선을 그대로 드러낸다.

아줌마, 엄마로 대변되는 중년의 여성은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여겨졌고, 그렇기에 '화장을 하여 스스로를 꾸미는' 일은 불필요한 일이 되었다. 이에 연극 <화장하는 여자>는 "이제는 나를 위해!"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중년 여성의 삶을 이야기한다.

극은 1장 '스킨'과 2장 '메이크업 베이스'로 나뉘어 진행된다. 1장 '스킨'에서는 '그녀'가 소녀에서 아줌마로 변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꿈 많고 욕심 많은, 여느 소녀와 다를 것 없던 그녀는 첫사랑에 빠져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결심한다.

결혼 후 15년, 이제 그녀에게 '소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잃어버린 스스로를 바라보며 상처받는 그녀. 2장 '메이크업 베이스'에서, 자신의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 주리라 기대했던 딸까지 그녀를 무시하며 그녀는 더욱 허전한 마음을 갖게 되고, 딸은 엄마를 바꿔달라고 기도하게 되는데.

연출가 손현미가 극작과 연출을 동시에 맡았고, 배우 이희정이 주인공 '그녀' 역을 맡았다. "나도, 여자라구! 내 인생, 내 꿈 모두 다시 찾을 거야" 라고 말하는 그녀. 지난 7월 1일과 8일에는 '엄마바보 딸' 행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직접 메이크업을 시현하는 행사도 벌였다. 모녀가 함께 찾아가 감상하기에 좋은 연극이다.

6월 10일부터 8월 13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엘림홀. 02)766-7462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