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혼자 무대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1인극은 배역을 맡은 배우의 역량에 좌우된다. 30여 년의 무대 경험과 농익은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 김성녀. 뮤지컬 <벽 속의 요정>에서 1인 32역에 분하는 그녀의 연기는 1인 다역을 믿기 어려울 만큼 매끄럽다.

그를 알아본 것은 뮤지컬 <난타>의 기획자 송승환. 여기에 김성녀의 남편이자 연출가인 손진책이 손을 잡았다. 성공한 기획자와 고전극과 현대극을 넘나드는 연출력, 걸출한 연기력이 만난 명품 앙상블인 셈.

스페인 내전의 실화를 모티프로 쓰려진 극작가 후쿠다 요시우키의 원작을 배삼식이 한국적으로 각색했다. 역시 내전을 겪고 격동의 시대를 지낸 우리나라 상황과 맞물려 감동을 준다. 뮤지컬로서의 정체성을 탄탄히 하는 12곡과 극 중 극인 그림자 연극 '열두 달 이야기'가 극의 맛을 더했다.

남편을 잃고 행상으로 생계를 꾸리는 어머니. 딸은 벽 속에 요정이 있다고 믿으며 자란다. 성장 후, 요정이 돌아가신 '아버지' 임을 알게 되는 딸. 남북 전쟁 당시 이념 대립 속에서 반정부인사로 몰린 아버지가 벽 속에 숨어 살게 된 것이다.

행상으로 고된 삶을 살던 어머니는 베를 짜서 팔며 경제력을 되찾게 되고, 그런 어머니 곁에서 아버지는 수건을 뒤집어쓰고 함께 베를 짠다.

이후 사면대상이 되어 자유의 몸이 된 아버지. 아버지는 힘든 삶을 살았던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하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격려한다. 세월이 흘러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은 딸은 어느 날 벽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8월 5일부터 9월 25일까지. PMC대학로자유극장. 02)739-8288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