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15명의 패션 디자이너와 15명의 미술가 협업 서로의 영감 녹여내
옷과 그림, 조각과 영상은 어울려 읽힌다. 하나의 입체적인 언어를 이루었다. 서울 중구 태평로2가에 위치한 플루토(구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패션 인투 아트Fashion into Art' 전은 말한다. 경계는 넘기 위해 있는 것이다.
패션지 '보그코리아'가 창간 15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패션 인투 아트' 전은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와 미술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이들의 협업은 때론 경건하고 때론 흥겹고 때론 팽팽하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기상천외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권오상 작가와 한상혁 디자이너는 모터사이클 라이딩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퍼포먼스 작품 'JUST'로 풀어냈다. 권오상 작가가 만든 명품 라이딩 수트 디자인을 재현한 보호대와 한상혁 디자이너의 수트가 합쳐졌다. 이들의 합작품을 입은 모델은 다양한 장애물이 설치된 런웨이를 걷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획일화된 소비 패턴과 가치관을 따르는 현대인들의 삶을 풍자한 이 작품의 제목은 'The Fixed Way You Think'다.
노상균 작가와 지춘희 디자이너는 시퀸 소재로부터 출발했다. 화려하지만 노골적이어서 천박해 보일 수 있는 시퀸의 아이러니한 특성이 이들의 작품을 풍성하게 만든다.
성상에 시퀸을 붙여 성과 속을 공존시키는 작업을 해온 노상균 작가는 이번 전시에 시퀸으로 만든 별자리를 선보였고, 지춘희 디자이너는 마네킹에 금빛 시퀸 드레스를 입혔다. 이들의 조화는 우주와 세속을 아우른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과 설윤형 디자이너는 동서양의 만남을 꾀했다. 이이남 작가는 신사임당의 '미인도'와 벨라스케스의 '푸른 드레스를 입은 마르가리타 공주'가 서로의 옷을 바꿔 입는 화면을 연출했고, 설윤형 디자이너는 한국적인 양단 소재로 바로크 시대를 연상시키는 드레스를 만들었다.
'앤젤 솔저'를 본 한혜자 디자이너는 군인의 신부를 떠올렸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는 그녀를 위한 웨딩 드레스를 디자인했다. 군데 군데 불태워진채 물에 잠긴 웨딩 드레스는 전쟁의 상흔처럼 처연하다.
홍경택 작가와 디자이너 루비나의 작품은 색의 향연이다. 디자이너는 색색의 연필이 가득한 홍경택 작가의 작품을 모티프로 드레스를 만들었고, 작가는 색색의 재봉실로 가득한 디자이너의 작업실 벽면을 확장해 전시장 벽면으로 옮겼다.
작품들은 두 예술가의 인연을 암시하듯 실로 연결되어 있다. 돈독하나 독립적인 작품들 간 관계가 협업 과정을 함축하는 것 같다.
패션과 미술의 인상적인 가로지르기 '패션 인투 아트' 전은 8월13일까지 이어진다. 1577-7595.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