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플라잉 레슨참신한 시도, 화려한 무대 불구 안무, 음악 어울리지 못해 아쉬워

<플라잉 레슨> 중 '플라잉 레슨'
컨템포러리 발레가 본래 이렇게 답답증을 느끼게 하는 춤이었던가. 장르를 불문하고 잘 만들어진 춤은 몸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춤은 몸의 언어지만 몸의 한계에서 벗어날 때 관객들은 카타르시스에서 나아가 영혼의 자유까지 느끼게 된다.

예술로서의 춤의 위대함은 이런 순간에 발현된다. 하지만 지난 7월 22일과 23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펼쳐 진 '플라잉 레슨(Flying Lesson)'에서는 이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없었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 김세연이 기획하고 유니버설발레단 객원 수석무용수 임혜경과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이 가세한 무대였고 특히 국내에 드문 컨템포러리 발레를 어떻게 보여줄지에 시선이 집중됐다. 국내 톱 발레리나와 더불어 설치미술 작가 등 타 장르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는 점도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참신한 시도와 화려한 무대는 돋보였지만 정작 그곳을 채운 공연은 아쉬움을 남겼다. '기획과 안무의 부재'라고 해야 할까. 안무와 음악, 그리고 타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지어내는 몸의 '이야기'를 온전히 읽어낼 수가 없었다. 난해함이라기보다 스토리텔링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편이 맞다.

총 6개의 소품으로 구성된 공연에서 타이틀 롤인 '플라잉 레슨'이 26분짜리의 메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비롯해 '나를 마셔, 나를 먹어'(dRiNk Me, eAt Me)와 '회색의 방(The Grey Room)'은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피터 령이 만든 작품이었다. 이외에 '미노스(Minos)', '발레 101(Ballet 101)', '비(La Pluie)' 등의 소품도 이어졌다.

<플라잉 레슨> 중 '나를 마셔, 나를 먹어'
'플라잉 레슨'의 모티프가 된 조민상 작가의 날개 모양 키네틱 조명작품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덕에 시선을 빼앗겨 무용수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게다가 키네틱 아트와 이들의 안무가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도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힌트를 얻은 '나를 마셔, 나를 먹어'에는 무대 위에 카메라 한 대가 놓였다.

마치 문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훔쳐볼 때 나타나는 시각효과처럼, 한 명의 발레리나는 커 보이고 다른 이는 작아 보이는 기이한 풍경을 연출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실연과 별반 다르지 않은 영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비'는 4분간의 짧은 시간 동안 절정에도 이르지 못한 채 무대 위에 비를 뿌리며, 때 이른 샴페인을 터트린 듯한 어색함을 연출했다. 전체적으로 볼거리는 많았으나 그것이 안무, 음악과 온전히 어우러지지 못한 채, 단순히 전시만 하는 인상을 풍겨 공연 내내 안타까웠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새로운 시도에 지나친 기대를 품은 것 자체가 잘못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연 중 가장 좋았던 소품이 발레의 101가지 동작을 보여주는 '발레 101'이었다면 기획자와 안무자가 이번 공연을 다시금 진지하게 평가해볼 이유는 충분하다.

<플라잉 레슨> 중 '회색의 방'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