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그러나 남아있는' 전한국ㆍ호주 수교 50주년 기념 교류전… '뉴 월드' 전에 바통터치

강운구, '공든 탑이...', 2003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동시대 한국과 호주의 사진을 교류하는 전시가 열린다. 각국을 대표하는 사진 작가의 전시가 번갈아 마련된다.

7월 29일부터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시작된 '사라진 그러나 남아있는 Disappeared but Remained' 전에서는 국내 작가들이 조망한 한국의 근현대사가 펼쳐지며, 뒤이어 8월 27일부터 열리는 '뉴 월드 New Worlds' 전에서는 호주 작가들의 시선으로 본 호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날 수 있다.

'사라진 그러나 남아 있는' 전은 급속한 현대화 과정에서 사라졌지만, 한국인들의 몸과 마음에 여전히 남아 있는 과거를 불러 온다. 시간을 기록하는 데 집중해 온 작가 3명의 작품이 전시됐다. 향수가 전해지지만 단지 감상적이지는 않다. 산업화와 서구화로 잃어버린 것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강운구 작가의 작품은 1970년대 새마을 운동 이후 농어촌 사회의 변화상을 담아냈다. 전통적인 풍물은 물론 도시의 변방으로 전락해 가는 모습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성찰의 시선이 돋보인다. 너무 빠른 변화 속도 때문에 여러 시대가 분열된 채로 공존하는 풍경은 한국사회의 트라우마다.

30여 년 동안 서울 달동네의 골목을 찍은 김기찬 작가의 작품은 끊임없이 진행된 도시 재개발의 이면을 증언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골목길 너머로 마천루가 높아져 가고 가난한 삶은 갈 곳이 없다. 작가는 낡았지만 정겨운 골목길 풍경을 통해 자신의 유년 시절 추억까지 기억했다.

이갑철 작가의 카메라는 신들린 한국을 발굴해낸다. 서구적 합리주의와 실용주의에 억눌렸지만 여전히 명맥을 이어오는 샤머니즘의 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토속신앙의 풍경들은 때론 기이하지만 한국인의 집단적 무의식의 한 단면이다.

'사라진 그러나 남아있는' 전의 바통을 이어받는 '뉴 월드' 전은 세계사 속에서 가장 오랫동안 미지의 땅으로 남아 있었으며, 오늘날에는 세계 곳곳에서 온 이주민들이 다문화사회를 이루고 있는 호주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동시대 호주 사진 작가들은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동시에 옛 것과 새로운 것을 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뉴 월드' 전에는 호주의 비영리 사진전문기관인 ACP(The Australian Centre for Photography)가 선별한 6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이번 한호 수교 50주년 기념 국제교류전은 한미사진미술관과 ACP 간의 교류로 성사되었다. 02-418-1315


김기찬, '재국이', 1984
김기찬, '재국이'. 10년 후 이 사진이 사람들을 다시 만나 촬영하는 작업의 계기가 되었다, 1994
김갑철, '찔레꽃과 할머니', 1994
이갑철, '제삿날', 1996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