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30주년 맞아 해학과 풍자, 한 뒤엉켜 신명나는 한마당 펼쳐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절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제부터인지 입에 차지게 붙은 노래다. 바로 이 노래로 시작하는 연극 <품바>가 탄생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각설이나 걸인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품바>는 국내 최장기, 최다 공연, 최다 관객으로 한국 기네스북에 등록되기도 했다. 가히 국민연극이라 부를 만하다.

탈바꿈한 <품바>의 시작은 2011년의 어느 날, 100년 전 각설이 패 대장이었던 천장근이 손자인 천동근에게 홀연히 나타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천동근은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치하로 나라를 잃고, 6.25 전쟁으로 아내마저 잃었던 할아버지는 결국 걸인의 삶을 선택했다. 파란만장한 삶 속의 희로애락이 녹아든 할아버지의 모습에 천동근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품바'는 본래 타령의 장단을 맞추고 흥을 돋우는 소리로 신재효의 한국 판소리 전집 중 '변강쇠 가'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일제치하 식민지를 겪은 이후 '푸~' 하는 '입방귀'라는 의미로 변했다.

입방귀는 피지배계급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걸인들이 지배계급의 문전에서 "방귀나 처먹어라! 이 더러운 놈들아!" 라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부당한 현실에 대한 한과 울분을 표출한 것이다.

<품바>는 1981년 초연 이후 거짓스럽고 불의한 세상에 대항하며 흥겨운 웃음으로 관객과 함께 했다. 30주년을 맞아 새롭게 출발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품바의 역사성과 시사성을 좀 더 섬세하고 진정성 있게 담아내려 노력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5인의 각설이들이 20가지가 넘는 흥겨운 타령과 민요, 그리고 익살스러운 우리의 몸짓으로 전통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온전한 우리 것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배우와 관객이 즉흥적으로 서로 주고받는 입담은 유쾌하고 함께 하는 춤과 노래는 조화롭다.

해학과 풍자, 그리고 우리 특유의 정서인 한이 뒤엉켜 서로를 보며 울고 웃는 신명 나는 한바탕 노름판이 펼쳐진다. 2011년 8월 9일 대학로 상상 아트홀 (블루)에서 제 2차 공연의 시작을 알리며, 1차 공연에서 총 연출을 맡았던 박정재씨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