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매진 행렬 힘입어 도 10월 무대에'콘텐츠 브랜드 파워', '글로벌 대중성', '캐릭터 캐스팅' 성공 요인

'상업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한국과 일본 공연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발 뮤지컬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가 K-POP을 넘어 뮤지컬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이 일본 내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연타석으로 국내 창작가 일본 무대에 정식으로 오르게 됐다. <궁>에 이어 <미녀는 괴로워>도 국내 창작 뮤지컬. 무겁지 않은 소재로 젊은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작품인 만큼 일본에서 또 한 번의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한국 뮤지컬이 또 다른 한류를 이어갈지에 아시아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일본이 손 내민 한국 뮤지컬

뮤지컬 <궁>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지난달 일본에서 막을 내린 을 두고 하는 말이다. <궁>은 동명원작 만화를 드라마로 만들어 히트시킨 작품으로, 지난해부터 뮤지컬로 각색돼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지난 6월 11일부터 한 달 간 일본 쿄토의 미나미좌 극장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성황리'라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50% 이상의 초기 판매율로 '흥행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제작사의 말은 듣기 좋은 홍보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매진 행렬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특히 <궁>의 일본측 주최사인 (주)쇼치쿠(松竹) 역시 놀란 것은 당연했다. 비록 한 달 간의 장정이었지만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룬 셈이었다.

지난달 쇼치쿠의 아시아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팀장이 한국을 찾았다. 히시누마 다에코 팀장은 <궁>의 신호탄 이후 한국 뮤지컬을 적극적으로 수입해 공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요쓰야의 한국문화원에서 제작발표회를 가진 가 쇼치쿠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쇼치쿠는 1895년 설립한 이후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회사로, 일본 가부키 고연의 현대화를 이뤄온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쇼치쿠는 도쿄, 교토, 오사카에 직영극장 4곳을 둔 일본에서 영향력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지난 4월에는 CJ E&M과 3년 단위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매년마다 1~2편의 한국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다는 약속이다. 히시누마 다에코는 "드라마와 K-POP에 이어 한국의 뮤지컬이 일본 공연계에 위협적인 존재"라고 말한 바 있다.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쇼치쿠가 한국 뮤지컬에 반한 이유는 무엇일까. 히시누마 다에코는 한국 뮤지컬을 두고 세 가지 장점을 언급했다. 첫 번째로 일본은 한국 뮤지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와 K-POP의 열풍으로 한국의 음악과 스토리는 일본 팬들에겐 거부감 없이 익숙하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한국 뮤지컬이 수준급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특히 시장에 비해 순수 창작뮤지컬이 상당히 많다는 데에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뮤지컬이 영국의 웨스트엔드나 미국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수입 비용 측면에서 저렴하다는 것.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 퍼포먼스가 강점인 한국 뮤지컬의 콘텐츠가 일본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의 경우 한국의 친영례와 같은 엄숙함과 배틀 댄스처럼 젊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현대미와 고전미가 한데 어우러져 일본 관객들을 현혹했다. 여기에 일본 가부키 공연에서 사용되는 '하나미치(花道: 관람석을 가로지르는 추가 무대장치)'로 현지 관객들에게 친숙함까지 선사했다.

소소하지만 극적 무대장치로 한국과 일본 공연의 차별화를 둔 점도 높이 살만 했다. 또한 오는 10월부터 한 달 간 오사카 쇼치쿠 극장에 오를 는 일본의 만화가 원작이라는 점에서 역수출하는 쾌거까지 올렸다.

<궁>의 제작사인 (주)그룹에이트은 "기존의 한류가 드라마에서 음악으로 세력을 확장했다면, 이런 드라마와 음악의 장점을 한데 묶어 강력한 퍼포먼스를 갖춘 뮤지컬이야 말로 그 다음 대안이 되지 않을까"한다며 "<궁>을 시작으로 일본 내 한국 창작뮤지컬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해외 진출의 체계적 전략은?

"아시아 마켓의 시장성이 그 동안 언어장벽 등에 가로막혀 있었다. 하지만 한·중·일 글로벌 진출을 통해 '원 아시아 마켓(One Asia Market)'이 구축되면 이를 기반으로 세계를 무대로 한 문화 실크로드가 형성될 것이다."

CJ E&M의 음악공연사업부문 김병석 대표가 당찬 포부를 밝혔다. 최근 CJ E&M은 한국 뮤지컬로 중국과 일본 시장을 동시에 진출하는 전사적인 전략을 구축했다.

지난해 CJ E&M은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 상하이동방미디어유한공사와 손을 잡고 합자법인 아주연창문화발전유한공사를 출범했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 대극원에선 합자법인 아주연창문화발전유한공사가 제작한 중국어판 라이선스 뮤지컬 <맘마미아>가 올려졌다. <맘마미아>는 영국 오리지널 제작진과 중국 협력 제작진이 공동으로 제작했으며, CJ E&M이 제작 프로듀싱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뮤지컬의 제작 노하우를 중국에 전수한 셈이다.

<맘마미아>는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8월 12일~10월 20일), 광저우(10월 28일~11월 24일) 등을 돌며 중국어권 투어에 돌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우리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도 중국어 버전으로 제작돼 공연될 예정이어서 중국에서도 한국 뮤지컬이 자리 잡을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일본의 쇼치쿠와 손잡고 첫 번째로 선보이는 <미녀는 괴로워>는 오는 12월초 중국과 싱가포르 공연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렇듯 아시아에서 한국 뮤지컬이 어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의 제작사 그룹에이트는 성공요인을 '콘텐츠 브랜드 파워'와 '글로벌 대중성', '캐릭터 캐스팅'을 꼽았다. 콘텐츠 브랜드 파워는 <궁>이 작과 드라마의 성공으로 그에 대한 인기가 작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된 경우라는 것. 24회 공연 동안 100%에 가까운 객석 점유율이 <궁>의 인지도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작사측은 "만화는 140만 부의 판매량을, 드라마는 일본을 비롯해 대만, 홍콩 등 26개국에 수출됐으며, 드라마의 경우 일본 내 DVD 렌탈 순위가 10위권 내를 기록 중"이라며 충성도 높은 '글로벌 스테디셀러'라고 언급했다.

<궁>이 글로벌 대중성을 안고 있다는 건 한류 열풍이 크다. 드라마와 K-POP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져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한다는 것. "전통미를 살린 한국의 화려한 의상과 현재의 황실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세트로 한국의 문화를 그대로 무대 위로 옮겼다"는 게 제작사측의 설명이다.

또한 K-POP의 열풍으로 아이돌 스타들의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궁>은 SS501의 김규종이 주연을 맡아 일본 팬들을 자극했다. <미녀는 괴로워> 역시 아이돌 그룹 카라의 박규리가 주연으로 등장해 그 계보를 이어간다.

지난달 14일부터 시작된 뮤지컬 <늑대의 유혹>도 아시아 진출을 꾀하며 만들어진 작품이다. 동방신기, S·E·S, 카라 등의 K-POP이 넘버를 가득 채웠으며, 슈퍼주니어의 려욱과 제국의 아이들이 박형식이 주연을 맡았다. 한류스타를 기용한 뮤지컬 마케팅은 초기 일본에 진출한 우리의 뮤지컬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CJ E&M이 중국과 일본에 진출하면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공연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중국에선 현지화로, 일본에선 한류를 적절히 이용한 전략이 초기 단계지만 상당히 어필하고 있다. 단품 장사가 되지 않으려면 작품성 있는 뮤지컬들의 공급이 절대적이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