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i et moi 03'
"toi ei moi(당신과 나)"를 말하는 순간, 타자일 뿐이던 '당신'은 내가 인식하는 사람으로 바뀐다. 다시 말해, 내가 너를 알고 표현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 '너'이고 '나'다.

작가 현미라는 2005년부터 자신과 비슷한 정서를 가진 사람들을 포착하는 데에 주목했다. 프레임 속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자연스러운 순간을 담기도 하면서 타자를 이해했다. 작가는 대상과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좁히느라"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 재학 시절 친구들을 모델로 썼다고.

작품 속에서, 이쪽을 가만히 응시하거나 서로 마주보며 웃는 여자아이들은 모두 작가의 자화상이다. 가족과 함께 살지 못하고 홀로 떨어져 타지로 온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은 또 다시 예술대학의 카테고리로 묶여 그들의 우울함, 재능을 함께 나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스스로의 모습은 카메라 속 모델들의 모습과 함께 엮여 드러난다. 작가의 친구들은 "거울"이자 작가의 분신이며, 동시에 타자다. 따라서 작가가 읽어낸, 혹은 관람객이 느낀 작품 속 여자아이들의 감성이 사실 작가의 것인지, 관람객의 것인지, 그녀들 자신의 것인지 알 수 없다.

'toi et moi' 연작에서 곧바로 주제를 드러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공기 속에서 작품 구성원들의 내면이 읽어지기도, 모델의 외면을 바라보면서도 내면을 읽지 못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 통틀어 "다르지만 닮은, 타인에게서 보여지는 나의 자화상(self-portrait)에 관한 사진 시리즈"라고 표현했다. 전시는 8월 10일부터 8월 23일까지 갤러리 나우. 02)725-293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