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어파우스트] 해외연출가 초청, 한국 제작진ㆍ배우들이 새롭게 초연작으로 만들어

명동예술극장이 개관 이후 처음으로 해외연출가를 초청해 '우어파우스트'를 무대에 올린다. 극장 측은 주한독일문화원에 현지 연출가 추천을 의뢰했고, 선별 과정을 거쳐 고전을 새롭게 해석해 젊은 거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다비드 뵈쉬가 낙점됐다.

일명 '초고 파우스트' 또는 '원형 파우스트'로 불리는 '우어파우스트'는 대문호 괴테가 일생을 바친 역작이자 독일문학의 정수로 평가되는 '파우스트'의 최초 형태다.

괴테는 60여 년에 걸쳐 '파우스트'를 집필했는데 1774년 쓰인 '우어파우스트'는 그 모든 것의 시작이다. 이후 괴테는 '단편 파우스트 Faust : Ein Fragment'(1790), '파우스트 1부'(1808)를 발표하며 장대한 여정을 시작했고, 82세인 1931년에야 '파우스트 2부' 집필을 마쳤다.

'우어파우스트'는 방대한 '파우스트'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사건의 논리적인 연결 때문에 미완성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파우스트'의 뼈대가 되는 기본 스토리가 형성되어 있다.

다비드 보쉬는 "'우어파우스트'는 텍스트적으로 열린 작품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해 흥미롭고 다양한 접근과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가 '파우스트' 대신 '우어파우스트'를 택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보쉬는 "'우어파우스트'는 청년 괴테가 대문호의 반열에 오르기 전, 질풍노도의 시기에 쓴 작품"이라며 "비슷한 조건에 있는 나도 이 작품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번역과 드라마투르기를 맡은 김미혜 한양대 교수는 "독일과 문화와 정서가 달라서 관객과의 높은 교감을 위해 수정과 번역작업을 매일 하고 있다"며 농 섞인 고충을 털어놓았다. 김 교수는 "이 작품엔 '파우스트 1부'가 나오기 전 젊은 괴테의 관심과 고민이 잘 담겨 있고 연출자도 그 점을 잘 포착한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교수가 추천하는 관전 포인트는 원작과의 비교 감상에 기반을 둔다. 그는 "낭만주의 시대 작품의 특징이 자유정신이고 상상력과 감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천재성을 찬양하는 것인데, 이 작품에는 그런 특징들 잘 드러나 있다"고 설명하며 "특히 이번 보쉬의 연출은 파우스트 한 사람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모든 인물을 동등하게 조명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연출뿐만 아니라 의상이나 무대 분위기에서도 이번 작품은 당대를 재현하지 않고 이 시대에도 공감 가능한 콘셉트로 재해석될 예정이다.

파우스트 역을 맡은 배우 정보석은 "'파우스트'를 생각하며 더 늦기 전에 늙기 전에 초인 역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는데, 여기서 파우스트는 그냥 평범한 중년 남성이더라"라면서 "작업하다보니 그런 설정이 내 일상적 고민과 닮아 있어 신선한 충격을 받는 중이다"라고 감상을 전한다.

또 그동안 대부분의 해외연출자 초청 공연들은 해외 작품에 한국배우들이 출연해 재공연하는 방식이었지만, '우어파우스트'는 해외연출가가 한국 제작진과 배우들과 함께 새롭게 만드는 초연작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공연은 명동예술극장에서 9월 3일부터 한 달간 계속된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