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채표 가송재단 후원, 부채 테마 고미술·현대작 66점 선봬

단원 김홍도, '임수간운도', 종이에 수묵담채
부채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심산유곡의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한여름 무더위를 단박에 씻어낼 듯하다. 단원 김홍도의 걸작 '임수간운도(臨水看雲圖)'가 전하는 청량한 기운이다.

부채를 모티프로 한 이교임의 설치 작품은 그만의 독창성이 부채와 어울려 또 다른 감흥을 전한다. 단원의 '혜능상매도(惠能賞梅圖)'를 차용한 배윤환의 풍자적인 '혜능상매도'는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그밖의 여러 작품들이 '부채'라는 공통의 공간에, 또는 매개삼아 한 곳에 모였다. 8월 1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여름생색전>의 풍경이다.

옛 풍속에 "여름 생색은 부채요, 겨울 생색은 달력이라(鄕中生色 夏扇冬曆)" 는 말이 있다. 더위가 시작되는 단오에는 부채를 선물하고, 동지에는 다가오는 새해를 위해 달력을 선물한다는 뜻이다. <여름생색전>은 그러한 선조들의 지혜를 이어 받아 부채의 예술적 가치를 관람객들에 선물함으로써 무더위를 식힌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부채표 가송재단(이사장 동화약품 회장 윤도준)의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전북, 전남 무형문화재 김동식, 김대석 장인 2인과 작품 영역의 구분 없이 현재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50인의 작가들이 공동 참여, '부채'라는 공통 소재를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형태로 모두 66점을 선보인다.

김동식 장인 제작/조인호, '설악산 대청봉의 겨울풍정', 종이에 수묵
한국화 양식의 작품과 함께 부채를 모티프로 한 시각 예술, 선면 부채의 모빌 수묵 설치, 옛 부채 그림을 경의의 표시로 모방한 서양화 작품(오마쥬 : homage)과 색색의 테이프로 만든 부채의 모습 등 부채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 등 다양하다. 이와 함께 단원 김홍도, 일호 남계우의 작품 등 고미술 특별전도 열린다.

윤도준 부채표 가송재단 이사장은 "접었다 폈다 하는 부채인 접선(摺扇)은 우리나라에서 유래해 일본과 중국에 전해진 소중한 전통문화로 지속적으로 유지, 보존이 필요하다" 라며,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전통 부채 전시뿐만 아니라 부채를 모티프로 한 새로운 형태의 모던한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부채 예술의 진면목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참여작가는 다음과 같다. 전통부채 제작장인 김동식(전북무형문화재 제10호), 김대석(전남무형문화재 제48호), 강미선, 강석문, 강재준, 고윤희, 공영석, 구모경, 권선, 김경신, 김경희, 김근중, 김민주, 김병종, 김창배, 김형관, 문봉선, 박종기, 배윤환, 백진숙, 서동억, 서할, 성경희, 송필, 신명범, 신영호, 신하정, 신현조, 양태석, 오승민, 유윤빈, 윤종우, 이교임, 이구용, 이길우, 이동환, 이상원, 이영수, 이주원, 이진희, 이호진, 이희우, 임만혁, 장현주, 정지현, 조인호, 지요상, 차영규, 최문석, 치키홍, 허진만, 황희진. 02)730-1144


이교임, 'Kyosha hide yourself', Acrylic on wood
배윤환, '혜능상매도', Enamel, acrylic on canvas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