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극단 두 팀으로 나눠 '햄릿 업데이트' 총 6주간 선보여

극단 백수광부의 <햄릿, 죽음을 명상하다>
대학로의 대표적인 여섯 극단이 한데 모여 여섯 편의 <햄릿>을 한 무대에 올린다.

극단 청우, 백수광부, 여행자, 골목길, 풍경, 작은신화는 두 팀으로 나뉘어 '햄릿 업데이트 – 첫 번째', '햄릿 업데이트 – 두 번째'라는 타이틀로 한 팀이 3주씩, 총 6주간 6가지 색의 <햄릿>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 각 극단들은 각기 어떤 햄릿을 보여줄까.

왜 굳이 햄릿인가

현재 대학로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 6개 극단은 정보소극장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인다. 정보소극장은 지난 2008년 작고한 배우 겸 연출가 故 박광정씨가 운영하던 곳으로, 그가 떠난 후 남은 공간을 살리기 위해 대학로 극단 대표 5명이 뭉쳤다. 이후 지난해 극단 청우가 새로 가세해 만들어진 '정보극장운영회'는 현재 정보소극장을 공동운영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들은 이 극장을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프로듀서가 공연을 주도하는 현재의 'PD시스템'을 거부하며 극단 고유의 색을 낼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2009년 시작한 '정보 연극전'이다.

극단들은 그해 첫 무대로 '다시(多視)' 시리즈를 선보였고, 6개 극단으로 재정비된 올해는 두 번째 정보 연극전으로 '햄릿 업데이트'를 마련하게 됐다.

많은 장르에서 빈번하게 활용되면서 <햄릿>은 이제 '흔한' 텍스트가 된 느낌마저 있다. 그러나 6개 극단은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햄릿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한 관계자는 "햄릿의 고뇌는 시대를 불문하고 지금까지도 다양한 방식으로 고찰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전통음악그룹과 협업해 무대에서 실제 연주를 들려주며 공연하거나, 기존의 극단 작품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등의 시도로 새로워진 햄릿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떻게 업데이트됐나

두 팀으로 나뉘어져 9월 5일까지 첫 번째 공연에 나서는 세 극단은 작품의 윤곽이 어느 정도 구체화된 상태다. 극단 청우는 'Le Them Talk'(공동창작, 김광보 연출)에서 죽은 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무덤지기가 잠이 들면 죽은 자들이 그의 꿈에서 깨어나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형식이다. 제목에서 나타나듯 원작과 완전히 달라진 '묘지판 햄릿'은 무덤지기의 시선을 통해 흥미롭게 재해석된다.

극단 골목길의 <길 위의 햄릿>
극단 백수광부의 '햄릿, 죽음을 명상하다'(김명화 작, 이성열 연출)는 '분장실의 햄릿'을 그린다. 주 무대인 분장실에는 햄릿과 오필리어 그리고 분장사가 있다. 분장사가 오필리어의 분장을 하는 동안 햄릿의 고민은 시작된다.

그는 복수심에 불타지만 정작 그 대상이나 목적은 불분명해 고뇌한다. 오필리어는 외부의 간섭에 환멸을 느끼며 새로운 오필리어의 탄생을 선언한다.

이야기는 두 배우가 무대로 나간 뒤 분장실에 남은 늙은 분장사의 독백에서 정점을 찍는다. 스스로를 분장하며 긴 독백을 중얼거리는 그의 처지 역시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간다는 점에서 죽음의 세계와 멀지 않다. 분장실에서 사유하는 죽음이라는 형식이 신선한 작품이다.

한편 극단 여행자는 2009년도 이미 한차례 무대에 올렸던 <햄릿>을 해체, 재구성해 <영매 프로젝트Ⅱ-햄릿>(공동창작, 양정웅 연출)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타 장르의 표현요소들을 접합하고 가공해 원작을 완벽히 다른 작품으로 개조시켰다.

극단 개성 살린 6편의 햄릿들

극단 청우의 'Let Them Talk'
햄릿에 대한 총체적인 재해석은 다음달 9일부터 시작되는 두 번째 '햄릿 업데이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극단들이 보여주는 '햄릿'은 기존의 텍스트를 변주하는 차원이 아니라 극단의 특성을 표현하는 모티프로 활용된다.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대표는 '길 위의 햄릿'(박근형 각색, 연출)에서 전통음악창작그룹 '앙상블 시나위'의 연주를 배경으로 배우 김주완의 독백이 무대를 채우는 형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극단 풍경의 박정희 대표는 자신이 대표로 집필하고 연출한 창작극 '햄릿 서바이벌'에서 오디션에 도전하는 수많은 햄릿들을 다룬다. 이처럼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서의 햄릿에 대한 재해석은 극단 작은신화도 마찬가지다. '그냥, 햄릿'(공동창작, 최용훈 연출)은 '햄릿'이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창작자들의 고민과 철학을 가감없이 담아낸다.

하루에 세 편의 다른 '햄릿'들을 볼 수 있는 이번 연작 공연은 흔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햄릿'이라는 텍스트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총 6주간의 이색적인 여정은 오는 20일 시작된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