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construction 11071'
바다, 나무, 빛이다. 작가 김영애, 오병욱, 황선태가 모여 만든 자연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장점을 더한다. 자연의 순간을 바로 보고 그대로 읽어낸 작가가 있는가 하면, 자연 재료의 역사에 귀 기울여 가공한 작가도 있다.

다른 사물들의 사이에서 작품의 소재를 오롯이 드러내는 작품도. 이들 작품이 다루는 소재는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가 같다. 관람객의 감상을 억지로 유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상하도록 놓아두는 것.

나무를 이용해 조합하고, 화면을 구성하여 채색한 작가 김영애의 작품에는 나무의 이미지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손질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나이테, 쪼개짐, 마모, 못 자국 등에서 볼 수 있는 목재 원래의 쓰임새와 지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평론가 Cassandra Fusco의 말처럼, 작가의 화면 안에는 나무의 역사가 숨 쉰다.

이어 '바다'를 주제로 화폭을 채운 작가 오병욱이 있다. 흡사 사진인 듯, 또렷하게 일렁이는 바다가 그려진 바다임이 놀랍다. 주인공 바다와 바다의 자리를 알리는 하늘만 펼쳐져 있을 뿐이다.

이에 '…nature' 전에서는 "파도가 일렁이듯 역동적이며 거친 마티에르는 실제로 광활한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끝으로 빛을 표현한 작가 황선태는 미니멀하게 구성된 실내 공간에서 인공광원을 이용해 햇빛을 재현한다.

황선태, '햇빛이 드는 공간-교회3'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빛은 창의 모양과 무늬를 그대로 빼닮았고, 얇은 선으로 그려진 공간은 편안한 감상을 남긴다. 포항시립미술관의 학예실장 민병직은 이를 두고 "특정한 순간이라기보다는 순간이면서도 영원이기도 한 상응(correspondence)에 더 가깝"다고 작품의 느낌을 전했다.

자연에 대한 도시인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in touch with nature'전은 갤러리 SP에서 9월 14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02)546-3560


오병욱, 'Sea of My Mind'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