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기억의 섬'
작가 이진주의 작업 노트에는 작가가 작업을 이어가며 해왔던 고민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수많은 궁금증과 물음이 다방면에 걸쳐 있다. 내면의 상처, 삶, 경험과 기억. 따라서 작가의 손은 물음표를 안은 오브제를 그리고, 현장을 그린다. 스스로 "우울한 탐험가"라 칭한 작가답게, 세밀한 선으로 풍경을 탐험한다.

의식과 무의식의 층이 세월을 따라 켜켜이 더해지고, 이렇게 쌓아온 의식-무의식으로 하나의 삶을 이룬다. 따라서 이진주는 과거의 나를 잃어버린다면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살 수 없다고 말한다.

꿈속의 장면을 보여주는 듯 보이는 작품은 그 세밀한 표현 덕에 현실적인 풍경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을 들여 찬찬히 마주하고 있으면 작품 속 사물들의 부조리한 조합과 분절이 눈에 들어온다.

이에 대해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전은 "관객은 파편화된 사물들과 만나며 작가의 은밀한 내면의 풍경으로 안내되며 자신의 내면 풍경과도 마주치게" 된다고 전했다.

신선한 조합은 작품 속 오브제의 만남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동양화의 재료인 분채와 장지를 이용해 작업을 이어갔지만, 작가를 드러내는 특징적 화풍으로 비교적 또렷한 색채와 묘사를 드러낸다.

방금 전에 맛있게 먹던 멸치국수가 쉬어가는 과정을 알아차리고, 스타킹의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이해하는 작가 이진주. 일상과 기억의 조각에 오랜 품을 들여 탄생한 작품들을 마주보면, 작가를 만나 이야기하는 것처럼 흥미롭다.

전시는 8월 11일부터 9월 11일까지 갤러리 현대 16번지. 02)722-350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