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극작가 유리피데스의 연극 <알 세스티스>가 국내 연출가의 손을 거쳐 한국의 관객들을 맞는다. 극작가 유리피데스는 사회 현실과 극중 상황을 절묘하게 연결하고 풍자하는 연극 <메데이아> 등을 통해 알려졌다.

본래 사회적 책임과 약속, 배신의 주제를 안고 있던 연극 <알 세스티스>는 한국을 풍자하고 싶어 했던 연출가의 의도와 맞아떨어졌고, 여기에 각 배역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국제 배우 캐스팅이 극의 탄탄함을 더했다.

연극 <바카스의 여신도들>이나 <메데이아>와 마찬가지로 실험적인 접근을 시도했던 극작가 유리피데스는 연극 <알 세스티스> 속에 뉴스, 에세이, 인터뷰 등의 '머티리얼(재료)'을 사용한다.

극 중간 중간 코러스의 입을 빌려 쏟아지는 미디어 메시지와 화면은 현 시대의 문제들을 보여주고, 그와 동시에 벌어지는 연극 무대는 극 속 주제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극중 알 세스티스를 결혼 이주여성으로 상정하고, 헤라클레스를 미국 국적의 마이클 제퍼슨을 캐스팅한 점이 의미심장하다.

페라이의 왕 아드메토스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권력을 모두 가져 남부러울 것이 없지만, 젊은 나이에 죽을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누군가 그를 위해 대신 죽어준다면 더 오래 살 수 있는 아드메토스. 그러나 부모 등 누구도 대신 죽는 것을 거부하고, 결국 그의 아내인 알 세스티스가 그를 대신해 죽기로 한다.

자식들과 남편을 위해 희생을 택한 알 세스티스는 죽음을 맞이한다. 마침 그 날 우연히 아드메토스의 절친한 친구인 헤라클레스가 그의 집에 찾아오고, 아드메토스는 아내 알 세스티스의 죽음을 감추고 헤라클레스를 맞는데.

8월 31일부터 9월 11일까지. 대학로 나온 씨어터. 02)3675-3676,3677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