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레퍼토리로 관객들을 끌어 모으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신선한 레퍼토리로 이에 맞서는 공연도 있다. '연극이 어렵다'는 말이 공공연히 쓰이는 현 연극계에서 후자를 택한 것은 용기 있는 선택.

연극 <전설의 달밤>은 강원도 화진포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꾸린 창작 연극이다. 연극 <나생문>, <13월의 길목> 등 창작 연극을 소개하고 제작하는 데 집중했던 극단 수의 2011년 신작이다.

'화진포 설화'라는 말을 처음 듣고 그 이야기를 바로 떠올리기는 쉽지 않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각기 다른 등장인물로 살짝 변형되어 퍼진 '익숙한 설화'들이 떠오른다.

화진포에 살던 부자 영감 이화진과 며느리 고청. 어느 날 집에 방문한 스님이 시주를 부탁하자 평소 행실이 인색했던 영감을 화를 내며 스님을 내쫓는다.

이 모습을 목격한 며느리는 스님에게 시주하며 사과하고, 스님은 고청의 마음에 감동해 자신을 따르라 이른다. 그러나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말을 어기고 뒤를 돌아본 고청은 불타는 마을을 보고 자결하게 되는데.

연극은 이 설화를 모티프로, 지역의 전설과 등장인물 각자가 지니고 있는 비밀들이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이를 통해 "평소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 또는 타인의 진실과 마주하게 하며, 그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하고 싶다는 것이 연출의 의도다. 구태환 연출, 홍원기 작. 9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2관(구. 이다2관). 02)889-3561,2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