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을 떠올리면, 이미 그런 시대는 지나갔음에도,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흥을 돋우는 복학생 선배나 서툰 화장으로 어린 티를 감춘 새내기, 살짝 긴 머리를 흰 손으로 넘기며 창을 바라보는 짝사랑 선배 따위가 떠오른다.

지금 청춘의 장소가 홍대나 가로수길이라면 옛 청춘의 장소는 춘천이었고, 시간이 흘러 그 청춘들이 나이를 먹었음에도 춘천은 '청춘'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지금 내 곁에 없는 청춘이 거기에 붙들려 있는 것 같아 아련하고 애틋하다.

연극 <안개여관>은 춘천의 이미지를 극중 배경으로 삼았다. "마음 속 춘천의 문을 두드리다"라는 포스터 속 두 사람은 예의 '통기타'를 들고 서 있다. 둘 중 한 남자의 사연은 이렇다.

한 남자가 있다. 삶이 지루하고 모든 것이 식상한 그는 생의 마지막 여행지로 춘천을 택한다. 이제 홀가분하게 세상을 떠나려고 결심한 그의 옆에, 또 다른 남자 '독'이 등장한다.

스스로를 개라고 칭하며 칠 줄 모르는 기타를 들고 다니는 이 남자.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서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는 독은 남자의 자살은 본척만척 이다. 갑작스레 끼어든 독과 옥신각신하게 되는 남자. 둘은 어느새 친구가 되고, 생각지 못한 인연에 당황스럽다.

2010년 초연을 시작으로 같은 해 앵콜 공연을 거쳐 이번이 세 번째 무대다. 가벼운 여행지를 떠올리면 여전히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 춘천. 그 곳이 주는 위안처럼, 연극 <안개여관>이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안식처가 될 수 있을까.

연출에 김지은이 참여했고, 배우 이준식, 진영선, 주선옥이 열연한다. 9월 3일부터 9월 18일까지. 가변극장 키 작은 소나무. 02)6349-101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