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잡이'
노란 옷을 입고 꼬물거리는 인물들이 동양화 속으로 침투하는 순간 화면은 꿈처럼 보인다. 동양의 화풍으로 그려진 산과 구름, 땅과 하늘 사이에서 날아다니고, 버섯을 관찰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놀고 있는 인물들은 상상을 자극한다.

이렇게 비현실적 캐릭터들은 현실적 풍경을 비현실적인 환경으로 만들고, 나아가 그 상상 속에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작가 정재원은 이 캐릭터들을 이렇게 소개한다. 인간이라기보다는 동물처럼 생겼고, 그렇다고 하기에는 인간 같다. 인성을 지니고 있는 이들은 각자 다른 표정과 행동들, 예컨대 그림 속을 부유하는 것 등으로 관람객과의 대화를 시도한다고.

작가는 이들이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이미지"라며, 이야기를 상상하게 함으로써 우리가 작가와 상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주요한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꿈은 깨지 않는 한 무한히 이어지고, 상상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와 꿈같은 세계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의 상상을 펼치고, 관객들은 그림 속 인물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상상의 세계를 함께 느낀다.

따라서 이 세계는 무한한 이야기를 품고,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든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 다수의 그룹전을 거쳤다. 8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갤러리 나우. 02)725-293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