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is your destination'
'Where is your destination?…' 전의 지도책을 펼치면, 결국 나의 행선지는 찾을 수가 없다. 길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지도책을 열고 길을 찾지 못해 황망해하는 모습은 작가 김정은의 의도와 맞닥뜨린다.

길을 켜켜이 잘라 겹쳐 올리는 작업만으로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길의 사이에 놓여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실로 도시는 거대하고, 도시를 이루는 길은 그물과 같다.

여기에 'green road' 연작은 사막 속 오아시스 같다. 길을 오려내어 입체적으로 구성한 지도책 프레임 안에 녹색길을 수놓은 작업. 문명 속의 회색 도로를 오려낸 자리 밖에 놓인 녹색길은 자연의 길이자 순수의 길이다.

여기에 'connected green space' 연작이 전시 속 이야기의 구조를 더욱 탄탄히 하는데, 도시 속의 녹지공간들만 남겨 오려낸 후 이들을 서로 연결한 지도는 도시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패턴을 이룬다. 녹지공간을 잇는 그린로드는 도시 공간 속에서 "막연한 기대감"을 안긴다.

이밖에 작가는 'green landscape' 연작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는데, 도심에 20여 년 동안 거주하던 작가는 그린벨트 경계 위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경계 위의 풍경'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여기서 작가는 지도책의 녹지공간 뿐만 아니라 버려진 비닐하우스나 모종판, 모종판 거치대 등을 활용해 녹색풍경을 재현한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변화한 풍경을 쌓고, 지도 속 녹색풍경을 활용해 길을 가로막는 바위산 등을 제작한 작가의 역량을 재어보면 김정은의 작업이 단순히 지도를 변형하고 공간감을 드러내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작가는 '길' 작업을 통해 도시 공간, 도시 속의 녹지공간, 환경과 시간의 연대를 모두 끌어안았다. 전시는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가나아트 스페이스에서 치러졌다. 02)734-133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