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디자인: 크리스+크로스'전'롱셀러'서 '직물과 패션'까지 7개 주제로 다양한 제품 선보여

'작고도 아름답다'
7개의 상자가 열린다. 장인 정신으로 태어난 정밀한 시계, 알프스산을 오르는 데 필요한 각종 장비, 매일 저녁 식탁에 오를 것 같은 간결하고 견고한 식기들...스위스를 대표하는 디자인이 차곡차곡 진열되어 있다.

제품을 운반용 상자에 담은 채로 전시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스위스 디자인의 기능성을 보여준다.

20세기 초 모더니즘과 독일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아 꽃피었고 다문화 사회의 풍성한 문화적 자산을 자양분으로 번창한 스위스 디자인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9월 5일부터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있는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리는 <스위스 디자인: 크리스+크로스> 전이다.

특별한 물건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뿌리가 깊다. 스위스인들의 생활을 반영하고 있다. 유행을 쫓기보다 실용성을 내세우고, 기교보다 기능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이다.

7개의 상자는 각각의 컨셉트로 구성되어 있다. 는 30년 이상 생산된 제품들을 담고 있다. 제품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도 굳건히 장수해 온 이들 디자인은 지속성을 중시하는 스위스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전쟁과 재해 등 역사적 단절을 겪지 않은 스위스 사회에서는 모더니즘의 전통과 이상이 유지될 수 있었다.

'유행+젊음'
는 시계와 음악 상자 등 스위스 특유의 정밀한 소형 제품들을 보여준다. 첨단 기술과 숙련된 작업이 조화를 이룬 이들 제품은 스위스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최근에는 보청기와 맥박 조정기, 디지털 카메라, 컴퓨터 마우스 등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집과 정원, 일터 등에서 일상 생활을 도와주는 '아주 작은 조력자'들은 쓸모와 아름다움을 고루 갖추고 있다. 사치스럽지는 않지만 품격 있는 물건들은 중산층 문화를 대표하며,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의 각종 등산 장비들과 관광 상품들은 스위스의 자연 환경을 반영하는 디자인이다. 200년 전 척박하기만 했던 알프스가 오늘날 관광 산업의 메카가 되기까지 관광 실무자와 호텔 주인부터 산악 철도 건설자, 금융업자까지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힘을 합쳤다.

그들은 알프스의 바위와 신선한 공기를 낙원의 이미지에 연결시키고, 전세계 관광객들을 매혹할 수 있는 장치들을 개발했다. 스위스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관광 디자인은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사례다.

이밖에도 다문화 사회인 스위스 사회의 풍부한 상상력과 활기를 선보이는 , 지폐와 여권, 포스터, 공공장소 신호 체계 등의 그래픽 디자인을 모은 , 한때 거대했던 직물 산업의 전통을 잇는 스위스 패션 디자인의 현재 등의 섹션이 마련되어 있다.

'아주 작은 조력자들'
'스위스 디자인: 크리스+크로스'전은 2003년부터 독일, 폴란드, 일본, 인도, 중국 등을 순회하며 전시되었으며 서울에서 9월 30일까지 선보인 후 부산으로 자리를 옮겨 10월 10일부터 11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시각적 진술 제시'
'산 위로'
'직물과 패션'
'롱셀러'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