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들이 일제히 외계인 아이를 출산한다. 아이들은 하얀 피부에 아몬드형 눈동자를 빛내며 부모를 찾고, 외계인 아이를 낳은 부모들은 두 가지 기로에 놓인다.

저 외계인 아이를 내 아이로 받아 안을지, '저 것'으로 칭하며 버릴지. 결국 아이들은 모두 모여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보내지지만, 곧 제 허물을 벗고 인간 아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평화와 안심도 잠시, 아이들은 모체(혹은 아버지의)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것도 순식간에. 결국 제가 낳은 아이에게 본래 자리를 빼앗긴 부모들은 딸이 또 다른 딸에게 엄마라고 부르거나 딸과 아버지의 밀애를 발견하는 살풍경을 겪는다.

'신체강탈자 문학 공모전' 수상작인 '미래도둑'의 줄거리다. '신체강탈자 문학'과 외계인의 침공 앞에 이 이야기를 도대체 어떻게 소화해야할지 의뭉스럽지만, '신체강탈자 문학'은 우리 주변에 늘 널려있었다. '신체강탈자 장르'는 잭 피니의 원작 소설 '신체 강탈자(The Body Snatcher)'와 이를 모티프로 했던 영화 등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2007년 영화 '인베이젼'이 '신체 강탈자'를 모티프로 한 최근작. 즉, 외계인이나 여타의 다른 생명체가 인간의 신체에 침투하거나 기억, 모습 등을 복제하여 신체를 강탈하는 이야기다.

연극 '미래도둑'을 올리는 A.N.D Theatre는 작품 내에서 장소의 이동이 잦고, 스케일이 작지 않은 탓에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고심했다고. 원작을 충실히 살려낸 데에 더하여 주제 의식을 분명히 했고, 전통적 연극 방식을 거부하며 신선함을 살렸다.

김보람 원작. 9월 7일부터 9월 11일까지. 대학로 혜화동 1번지. 010-5670-1348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