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이야기' '가을 시선'등 이번 무대서 자작곡 노래… 영상 접목 '융합공간'도 마련까르띠에 향수 광고에 작품 삽입돼…세계가 인정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다.'

오래 전 광고 카피로 사용됐던 '악성(樂聖)' 베토벤의 말에 기타의 깊은 맛이 그대로 담겨 있다. 기타는 6개의 줄로 멜로디와 화음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악기다. 독주뿐 아니라 합주도 가능해 무궁무진한 소리의 떨림을 전한다.

빡빡머리에 턱수염을 기른 이병우(46)는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피바디 음악원과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대학에서 클래식 기타를 공부한 연주자다. 그리고 지금은 영화음악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이병우가 깊은 가을 밤, 기타 연주회를 갖는다. 오는 12일과 13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정재형, 루시드폴, 성시경을 스페셜 게스트로 초대한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 이병우표 음악영화 공연을 만들겠다고 한다.

까르띠에의 향수 '베제 볼레(Baiser vole)'는 광고 음악으로 이병우의 작품을 선택했다. 영화 '장화 홍련'의 OST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삽입했다. 전세계에서 방영된 CF 속에서 이병우의 음악은 피부와 언어가 다른 이들에게도 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병우는 11세부터 기타를 쳤다. 마음대로 기타를 쳤다. 연주를 넘어 작곡, 편곡, 프로듀싱, 음향 디자인, 영화 음악 제작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이병우의 기타는 이야기를 한다. 영화 속에서, 아니면 홀로 있어도 마찬가지다. 영화 '괴물'과 '왕의 남자'에선 서정성 깊은 선율을 전해졌고, 때론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음색으로 관객의 귀를 통해 영화의 감동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올해의 무대에선 연주뿐 아니라 소리도 들려준다. 노래를 한다. 직접 작곡한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마리 이야기', '가을 시선', '돌이킬 수 없는 걸음', '한강 찬가'를 노래한다. 이병우를 세상에 알린 '어떤 날'을 발표할 무렵 작곡한 '출발' 등의 도 다른 곡도 이번 무대에 오른다.

클래식 기타를 기본을 다진 이병우는 기타의 다양한 연주기법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팝, 재즈, 블루스, 락, 발라드 등을 오가며 교감하고 소통한다.

이병우의 공연은 소리와 영상이 함께 어우러지는 융합의 공간이다. 매 공연 때마다 새로운 편곡과 영상을 통해 음악과 영화의 만남을 이어간다. 영화 한편을 짧은 스토리로 만든 단편으로 편집해 한 곡 안에 고스란히 담아내기도 한다. 관객은 한 곡의 음악 속에서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충만감을 느낄 수 있다.

2001년 이병우는 처음으로 대극장 무대에 올라 연주하기 시작했다. 벌써 10년이 흘렀다. 이젠 작곡가, 기타리스트, 영화음악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면서 더욱 깊어진 음악을 하고 있다. 가을 밤에 딱 맞는 연주회다.



이창호기자 cha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