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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출신 드러머, 다채로운 사운드로 '사랑' 노래

[우리시대의 명반·명곡] 주찬권 2집(1990년) '나 이제 너에게'
예술성을 지향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은 어려운 마니아용으로 치부되어 폭넓은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모든 창작자에게 내용과 형식 즉 작품성과 대중성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둘은 영원히 맞닿을 수 없는 기차의 레일 같다. 작품성을 추구하면 대중성이 떨어지고 대중성을 추구하면 작품성이 떨어지는 악순환 말이다.

묵직한 드럼 비트와 선 굵은 남성적 이미지가 매력적인 <들국화>출신 주찬권은 한국 드러머 계보에서 각별한 존재다. 최고의 연주력은 기본이고 창작, 노래, 프로듀싱, 편곡능력까지 보유한 멀티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사실 어느 밴드에서나 드러머는 가장 뒤 쪽에 위치할 뿐 아니라 음악적으로 리듬을 담당하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요즘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노래하는 가수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지는 왜곡된 대중음악계의 환경에서 밴드의 드러머가 대중적으로 조명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넘치는 음악성을 담보했지만 주찬권이 <들국화>의 리드보컬 전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적 조명을 받지 못한 이유는 그 지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솔로 1집의 음악적 성과에 힘입어 2년 뒤인 1990년 기대감 속에 발표된 주찬권 2집은 음반 발매초기에 도매상에서 품절사태가 빚어졌던 히트 앨범이다. 1집보다 더욱 진보된 음악성과 환상적인 사운드는 무려 14명에 달하는 당대 정상급 세션들과 조동익의 편곡작업이 더해지며 가능했다. 세션 맨들의 면모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기타만 해도 주찬권과 더불어 최구희, 손진태, 신윤철, 조준형, 김의석등 무려 6명이 참여했고 피아노와 신디사이저도 당대 최고라 할 수 잇는 록밴드 '11월'의 김효국, 한송연, 김현철등 3명, 그리고 베이스 강상영, 드럼과 퍼커션에 주찬권과 배수연, 코러스도 들국화 멤버 최성원, 장필순, 김현철, 김용덕등 4명이 참여했다.

주찬권은 노래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힘주어 주장하는 보컬리스트는 아니다. 다양한 리듬 패턴과 사운드의 하모니를 중시하는 연주의 구성을 추구하는 뮤지션 스타일이다. 은유적인 가사작법이 빛나는 2집은 주찬권이 왜 우리시대의 중요한 아티스트로 정당한 대접을 받아야 되는지를 입증하는 명반이다. 앨범의 화두는 대중음악의 해묵은 주제인 '사랑'이다. 하지만 주찬권은 이 진부한 주제의 한계를 다채로운 사운드를 통해 극복했다. 첫 트랙 '새 한 마리'의 탄탄한 멜로디와 풍성한 사운드는 애절한 주찬권의 보컬과 합체되며 아련한 추억으로 인도하는 애절한 감성이 범상치 않은 명곡이다. 리듬감 있는 키보드와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브리티쉬 록 '나 이제' 또한 감칠맛이 나는 여성 코러스와의 앙상블이 근사하고 '별이 빛나고' 또한 탁월한 리듬감을 뽐낸다.

이 앨범 최고의 명곡인 '너에게'는 연주, 보컬, 멜로디, 가사 어느 것 하나 빠트릴 게 없는 매력덩어리다. 서정적 피아노로 시작하는 인트로는 죠지 윈스턴의 그것에 비견할만하고 심플한 편곡은 윌리엄 에커맨의 뉴 에이지 향내까지 느끼게 한다.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세계적인 프로그레시브 연주자 '기타로'의 연주곡 '실크로드'를 연상시키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정수를 들려준 '길'과 연결곡인 연주곡 '고향을 찾아서'다. 청자에게 휴식을 안겨주듯 다정하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주찬권은 한층 무르익은 가창력으로 이 모든 음악에 맛깔을 더해낸다. 주찬권식 사랑노래인 '그대 생각'과 '우리 서로'는 누군가가 그리운 날 들으면 제격이다. '내 맘에 불을'은 은근히 댄스본능을 자극시키는 경쾌한 리듬비트가 인상적이다.

주찬권은 록을 위해 태어난 뮤지션이다. 또래들이 한창 동요를 부를 나이인 5살 무렵부터 형에게서 기타를 배웠고 초등학교 4학년 때 드럼 스틱을 잡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눈을 팔지 않고 묵묵하게 음악인생을 걸어온 그는 1974년 '뉴스 보이스', 1978년 '믿은 소망 사랑', 1983년 '신중현과 세 나그네', 1985년 '들국화'에 이르는 동안 언제나 록과 함께했다. 척박한 현실에도 꺼지지 않는 그의 장인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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