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상황과 맞물려 대중에 '카타르시스' 선사

늘근 도둑 이야기
오래 전부터 '공연의 거리'로 자리매김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는 마로니에 공원 뒤아르코 예술극장을 중심으로 무려 145개의 소극장이 골목골목 흩어져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공연이 올라가고, 막을 내리곤 한다.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거리로 나온 '삐끼'들이 전단지를 나눠주며 손님 끌기를 하는 것이 아주 익숙한 풍경이 됐다.

1994년 학전소극장에서 초연한 뒤 2008년 4000회를 돌파했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처럼 장기 공연을 하고 있는 연극들이 있다. '', '염쟁이 유씨', '라이어' 등이 재미있는 연극이란 입소문을 타고 꾸준하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창호기자

▶ ; 2월11일~오픈런,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3관(02-762-0010)

두 늙은 도둑이 인생의 마지막 한탕을 위한 작업하러 잠입한 미술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이 소장돼 있는 그 곳에서 늙은 도둑은 작품보다 금고만을 노린다.

금고 앞에서 옥신각신. 결국 수사견에게 발각돼 끌려 가는데…

있지도 않은 범행 배후와 있을 수도 없는 사상적 배경을 밝혀내려는 수사관과 배꼽 잡게 하는 변명을 늘어놓는 어리숙한 늙은 도둑이 쉴새없이 웃음을 이끌어낸다.

▶ 염쟁이 유씨 ; 2010년 11월10일~오픈런, 이랑 씨어터(02-3676-3676)

2006년 서울연극제에서 인기상을 받은 모노 드라마다.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고자 만든 연극이다. 염쟁이 유씨, 조직폭력단 의 우두머리와 부하들, 장례전문업체의 대표 장사치, 유씨의 아버지와 아들, 기자 등 1인 15역을 배우 혼자 신들린 듯 소화해낸다. 관객을 문상객 또는 망자의 친지로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지금은 유순웅, 임형택, 정석용이 3인3색의 '염쟁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 라이어 시리즈 ; 1탄 2010년 4월1일~오픈런, 해피 씨어터(02-747-2070)

1탄이 흥행에 성공하자 2탄, 3탄까지 만들었고 대학로를 떠나 강남, 지방까지 무대를 넓혀 갔다. 메리의 남편 존 스미스와 바바라의 남편 존 스미스 동명이인이 아니다. 한 명의 존 스미스는 두 집에서 이중 생활을 하느라 거짓말을 일삼는다. 가벼운 강도 사건에 휘말리면서 철두철미하게 꾸려가던 두 집 살림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이 이어진다. 거짓말 하는 것 보다 들키는 것이 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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