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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환의 야구사색]한국발 메이저리거들의 연이은 고전,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 2017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황재균(왼쪽)와 지난 2016시즌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뛰었던 박병호. ⓒAFPBBNews = News1
지난 2016시즌이 끝난 뒤 가장 관심을 모았던 FA 내야수 황재균(30)은 국내 구단의 러브콜도 마다하고 미국 메이저리그로 향했다.

지난 1월 천신만고 끝에 미국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계약 조건은 결코 좋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계약 조건이 서로 다른 계약)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황재균은 시즌 대부분을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 A팀(새크라멘토 리버 캣츠)에서 보내야 했다. 트리플 A에서의 성적(98경기 타율 0.285, 10홈런, 55타점)은 나쁘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 성적은 18경기에서 타율 1할5푼4리(52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에 그쳤다.

두 차례의 메이저리그 콜업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황재균은 끝내 지난 1일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돼 마이너리그로 계약이 이관됐다. 마이너리그 일정도 5일을 끝으로 종료된 만큼, 그는 사실상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게 됐다.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에 진출했던 황재균은 힘겨운 시즌을 보내다 최근 들어 국내 복귀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고전하고 있는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그뿐만이 아니다. 역시 KBO리그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거가 된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와 김현수(29·필라델피아 필리스) 역시 고전 중인 것은 마찬가지다.

박병호는 단 한 차례도 메이저리그에 콜업 되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고, 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을 가졌던 김현수는 시즌 중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 됐다. 트레이드 이후에도 그의 입지는 여전히 좁기만 하다.

추신수를 제외한다면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모든 야수들이 고개를 숙인 2017시즌이다. 왜 이렇게 KBO리그 출신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일까.

일단 계약 내용부터가 잘못됐다. 2016시즌의 이대호, 2017시즌의 황재균은 모두 스플릿 계약으로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전은커녕 메이저리그 진입조차 불투명한, 한 마디로 아무 것도 보장 받을 수 없는 불확실한 계약인 셈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만 하더라도 외국인 선수에 관대한 편이다. 웬만하면 주전 자리를 보장해 줄 뿐만 아니라 적응 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히 부여한다.

하지만 전세계 선수가 모인 메이저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그들의 국적이 어디든 메이저리그 내 모든 선수들은 냉정한 프로 세계의 일원일 뿐이다.

처음부터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기 쉽지 않고, 그들의 인내심 역시 한국과 일본에 비한다면 한계점이 낮다. 조금만 못하면 다른 선수로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이 일상인 곳이다.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 교육리그에 참가해 보면 메이저리그는 선수 자원이 엄청나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쉽게 말해 황재균 정도의 성적을 낼 만 한 선수가 마이너리그만 하더라도 즐비한 셈이다.

한국과는 다른 직구의 구속에도 적응하지 못했던 것 역시 이들이 고전했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KBO리그는 투수들의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0km라면 미국은 이보다 10km 정도 빠른 시속 150km가 평균치다. 간혹 구속이 빠른 선수들은 시속 160km까지도 던진다. 게다가 올곧게 뻗어나가는 직구가 아니다.

한국 선수들은 포심 패스트볼이 일반적이라면 미국 선수들은 투심 패스트볼을 자주 던진다. 빠르고 공끝이 지저분한 직구라 한국선수들에게는 무척 생소하다. 설상가상으로 빠른 포심마저 약점을 보인 이들이다.

이런 빠른공에 적응하기 위해선 꾸준한 경기 출전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제한된 기회만을 부여받는 이들이 잘하기란 쉽지 않다.

1.5군 선수들로 분류되면서 들쭉날쭉하게 출전한다면 타격 감각마저 흐트러지기 마련. 선구안을 기르는 것은 고사하고, 감각마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에 치닫는 것이다.

황재균은 특히 속구에 약했다. 브룩스베이스볼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올시즌 포심 패스트볼에 1할5푼8리의 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고, 변형 패스트볼인 컷 패스트볼(커터)에는 단 한 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박병호 역시 속구에는 고개를 숙였다. 지난 시즌 그의 포심 패스트볼 타율은 1할4푼6리에 불과했다. 속구에는 김현수만이 가능성을 보여 왔다. 게다가 박병호는 타격 타이밍이 한 박자씩 느린 모습이다.

데이터야구를 신봉하는 상대 미국 선수들은 이들의 약점을 놓치지 않는다. 속구에 약하다는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한국 선수들을 더욱 코너로 몰아세웠다. 이로 인해 출전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스트라이크 존 적응에도 실패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때다. KBO리그는 스트라이크 존이 좁다. 미국은 넓은 면도 있지만 몸쪽 공에 관대하지 않다. 대신 바깥쪽에 관대한 편이다.

여기에 한국의 스트라이크 존은 홈플레이트에 공이 걸쳐 들어와야 스트라이크다. 하지만 미국은 무조건 이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걸쳐 들어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신만의 주관으로 판정을 내릴 때도 많다.

공의 반발력 차이도 한국 선수들이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KBO리그에서 쓰는 공과 메이저리그의 공은 분명 차이가 있다.

NC에서 선수로 뛰던 시절, 스프링캠프 기간 미국 대학 팀과 맞붙었을 때, 대학 측이 준비한 공을 쓰면 유독 홈런이 잘 안 나온다.

반면 한국 측이 준비한 공은 큼지막한 타구가 곧잘 나온다. 공의 반발력 차이는 한국에서의 좋은 타격 기록이 미국에서 그대로 통용되지 않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간 부상 관리·시스템 측면에서의 차이도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성공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한국은 중·고교 시절은 물론 프로에서도 혹사 아닌 혹사가 이뤄진다. 쉽게 말해 선수를 위한 야구 보다는 감독을 위한 야구를 하는 경향이 있다.

잔부상을 달고 사는 야구선수들인데, 한국에서 참고 버티다 미국에서 탈이 난 사례가 바로 박병호다. 넥센에서는 스타선수로 분류돼 철저하게 관리를 받았다면 미국에서는 신인의 입장에서 자리를 잡고자 무리 하다 손목 부상이 심해져 2016시즌 전체를 그르친 것. 이후 그는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실패들에 기죽어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기피하진 않았으면 한다.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든 나가 봐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도전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설령 선수가 한국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지 못한 채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도 그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명환 스포츠한국 야구 칼럼니스트·해설위원/ 現 야구학교 코치, 2017 WBC JTBC 해설위원
정리=이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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