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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투자자본 '수확의 계절' "떼돈 챙긴다"
IMF 직후 '알짜' 빌딩·기업 헐값 매입
자본시장 '손바뀜'에 따라 막대한 시세차익 남겨


싱가포르 정부 산하 기관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의 부동산 전문투자회기관인 GIC RE는 요즘 표정 관리(?) 중이다. IMF위기 직후인 2000년 6월에 매입한 서울 무교동 파이낸스센터(SFC)의 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국내 S생명과 K생명 등이 SFC 빌딩에 러브 콜을 보내고, 호주계 M은행은 물론, 유럽계 투자기관들이 앞다퉈 추파를 던지고 있다. 연면적 3만6,500평 규모의 SFC빌딩은 GIC가 4,300억원을 투자, 매입한지 올 6월로 꼭 4년째를 맞는다. 그러나 이 건물의 자산가치는 매입 당시보다 2배 가까운 8,000억원 대에 이른다.

GIC의 해외 부동산 투자 사례를 보면 단기 매각의 경우 평균 보유기간이 3~5년, 장기투자는 7~10년이어서 SFC빌딩 인수희망 업체가 제시하는 금액이 수익률 150%대에 못 미칠 경우, 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GIC는 현재 임대 수익률만도 연 9% 이상 올리고 있어 따듯한 봄날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 투자차익 챙기고 발빼기



무교동 파이낸스 센터(왼쪽)와 한미은행.
/사진=임재범기자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에 의해 투자, 인수됐던 국내 은행이나 기업, 알짜배기 부동산 등에 대한 ‘손 바뀜’이 감지되고 있다. 외국계 대규모 사모주식펀드의 경우 한국시장에 진출한지 3~4년이 지나면서 적당한 임자만 나타나면 투자 차익을 따져 보고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것이다. 대개 벌처ㆍ사모주식 펀드 등 투기자본이 먼저 상륙한 뒤 장기ㆍ안정적 기관 투자자들이 뒤를 따라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우리 자본 시장은 지금 ‘손 바뀜’의 전환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최근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계 사모 주식펀드인 칼라일은 한미은행의 지분을 씨티은행측에 넘기고 무려 7,017억원을 벌어들였다. 3년3개월 만에 144%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한미은행 인수전에서 씨티은행에 진 영국의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도 ‘본 게임’에서는 쓴 맛을 봤지만, 투자면에서는 남부럽지 않는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스탠다드 차터드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한미은행 지분 9.8%를 씨티은행에 매각할 경우 1억600만 달러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스탠다드 차터드는 지난해 8월 주당 9,187원에 한미은행 주식을 인수했으나, 씨티그룹의 인수가는 1만5,500원이다. 6개월의 단기투자로 68%대의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지난해 말 외환은행을 인수한 미국계 투자 펀드인 론스타도 불과 투자 3개월 만에 1조원에 가까운 평가이익을 올려 ‘대박’의 대열에 올라섰다. 론스타는 주당 4,000원에 2억6,875만주를 인수해 2월 중순 현재 8,681억원의 평가차익을 냈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1999년 옛 국민은행에 5,940억원을 투자해, 4년 만에 투자 원금의 2배가 넘는 1조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네덜란드계 투자 은행인 ING베어링 역시 옛 주택은행에 3,321억원을 투자해 2,899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렸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릿지 캐피털의 지분 매각도 한미은행 인수전에 이어 올 하반기에 또 하나의 ‘빅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외환위기 직후 18조원의 대규모 공적자금 지원을 업고 현금 5,000억원만으로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릿지 캐피털은 달라진 은행의 자산 건전성과 탄탄한 자본력 등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를 수익 극대화 시점으로 꼽고 있다. 이미 영국계 은행 HSBC와 스탠다드 차터드 등이 제일은행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뉴브릿지가 과거 우리 정부로부터 대규모 공적자금 지원을 이끌어냈듯이 다가올 매각 협상에서도 그 재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럴 경우 투자 원금의 3배인, 1조5,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 기업ㆍ부동산서도 막대한 투자수익

기업과 부동산 등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 수익률도 금융기관 인수에 못지 않다. SK그룹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소버린자산운용은 최근 기업 인수ㆍ합병(M&A)의 호재를 업고 단기간에 막대한 평가이익을 올렸다. 투자수익률은 10개월 만에 350%에 이른다. 지난해 3월부터 SK㈜ 지분 14.99%(1,769억원 투자)를 사들였는데, 2월 중순 현재 6,166억원의 평가이익을 챙긴 것이다.

올해 하반기중 기업 매각에 나서는 해태제과의 인수가도 관심의 대상이다. 2001년 4,800억원을 투자해 해태제과를 인수한 UBS컨소시엄은 최소한 투자 원금의 40% 이상인 7,000억원을 적정 매매가로 내걸어 놓은 상태다.

서울 도심 빌딩들에 대한 외국 자본들의 ‘손 바뀜’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최근 3,4년간 외국자본이 매입한 국내 빌딩은 33개로 자산 규모만 2조9,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국자본이 인수한 빌딩의 자산가치는 매입 당시보다 최소한 40~50% 오른 3조8,000여 억원에 이른다. 시세차익만도 1조원에 육박한다. 여기에다 연평균 9~10%대의 높은 임대수익률을 계산하면 투자 수익률은 더욱 높아진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미국계 투자 은행들이 ‘큰 손’으로 나섰지만 지난해부터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호주계 은행 등 제3의 외국자본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국내 기업들도 빌딩 매입에 나서 ‘잘 나가는’ 빌딩의 ‘손 바뀜’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편이다.

올해 들어 GIC는 2년 전 모건스탠리에 팔렸던 서울 중구 무교동 코오롱 빌딩과 무교 빌딩을 각각 인수했으며 호주 매쿼리은행도 골드만삭스 소유의 여의도 대우증권 빌딩을 720억원에 사들였다. 네덜란드계 투자회사인 로담코도 지난해 5월 골드만삭스로부터 서울 종로구 은석 빌딩을 인수했다.

이 같은 손바뀜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기가 앞으로 점차 활성화되면 기업들의 빌딩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IMF 위기 당시 알짜배기 부동산을 사들인 외국자본이 기다렸다는 듯이 높은 시세 차익을 남기고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존 빌딩의 매각뿐만아니라. 시세차익을 염두에 둔 제3의 외국 자본들이 벌써부터 도심 빌딩 사냥에 나선 조짐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IMF 위기를 맞은 지 벌써 5년여. 외환위기라는 특수 상황을 틈타 국내에 들어온 해외 자본들은 이제 달콤한 ‘수확의 계절’을 맞고 있다. 당시에는 한 푼의 외자가 아쉬웠던 때라 우리 모두가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를 따져볼 겨를이 없었지만, 현금을 두둑하게 챙겨나가는 외국 자본을 보면서 ‘배가 아픈’ 국민 정서를 마냥 나쁘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4-03-0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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