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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의 멀티미디어, 휴대폰의 진화는 상상초월
단순 통화수단서 모바일 뱅킹·웰빙서비스 등으로 끝모를 변신

# 1997년

‘삐리리~ 삐리리~.’ 대학생 김창균(20)군의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이 7시를 알리는 알람 소리다. 입학 선물로 받은 휴대폰이다. 1교시에 수업이 있지만, 잠결에 알람을 껀 채 그의 곤한 잠은 계속 된다. 8시에 출근하는 아버지의 불호령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9시까지 닿는다는 것은 하늘이 두 조각나도 불가능한 일. 화급히 챙겨 전철에 오른 김군은 가방에 든 휴대폰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친구에게 대리출석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휴대폰은 그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엽 떼여, 여..엽 떼여’를 반복케 하더니 급기야 끊긴다. 결국 문자 메시지로 소통을 한다.



# 2004년

오전 6시. 천연기념물 크낙새의 맑디 맑은 노래 소리에 1년차 직장인 김창균씨(27)의 아침은 상쾌하게 시작된다. MP3음악에 맞춘 그의 출근길 걸음은 날개를 단 듯 가볍다. 휴대폰으로 지하철 검표 게이트를 통과하고, 전철에서는 동생에게 첫 월급 기념으로 용돈 5만원을 계좌이체 시킨다.

유일한 여성 입사 동기랑 점심식사를 마친 그는 점심시간에 테이크 아웃 커피점에서 커피 두잔 값을 휴대폰으로 결제한다. 오후 4시. 피로가 온 몸을 휘감는다. 그러나 그는 휴대폰의 지압 서비스로 그 고비를 깔끔하게 넘긴다. 퇴근길 전철에서 그는 ‘모바일 스퀘어’서비스로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린 머리를 진정시킨다. 8시부터 시작되는 학원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밤 12시 잠자리. 여자친구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사랑해~ 내 꿈꿔~’라는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해맑은 미소를 담은 동영상 메시지다.


- 선에서 해방, 더 작게, 더 가볍게





휴대폰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3년. 캐나다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최초의 전화기를 발명한 지 108년 만에 전화기는 거추장스런 전화선에서 해방됐다. 세계 전화기사(史)의 한 획을 그은 주인공은 미국 모토로라사의 ‘다이나택(DynaTAC)’. 붉은 벽돌만한 덩치에 무게만도 1.3Kg에 달하는 ‘괴물’이었지만 당시에는 4,000달러에 달하는 부의 상징이었다. ‘다이나택’은 1세대로 불리는 ‘아날로그’휴대폰의 시초가 된다.

국내에 휴대폰이 상륙한 시점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88년.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국내서는 휴대폰 제작 기술이 전무했던 탓에 모토로라를 중심으로 한 노키아, 파나소닉 등의 외산 휴대폰이 국내시장을 점령하고 있었다.

제 2세대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이 상용화된 96년. 이 때부터 휴대폰은 본격적으로 진화한다. 모토로라의 ‘스타택(StarTAC)’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외국 휴대폰에게 국내시장을 거의 내주고 있다시피 하던 국내 업체들이 삼성과 LG를 필두로 반격에 나선 것. 더 작고, 더 가벼운 그리고 더 세련된 디자인으로의 진화는 치열한 경쟁관계에 얽힌 휴대폰 업계의 지상 과제였다. 2세대로 넘어오면서 1세대 아날로그 방식보다 깨끗한 통화 품질, 통신비밀 보장, 데이터 전송 속도의 향상을 가져왔다. 2세대 휴대폰은 이 같은 무형의 변화 뿐 아니라 외형적으로도 큰 발전을 이뤄,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휴대폰이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작아지게 된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휴대폰의 변신은 더욱 더 숨가쁘게 전개돼, 음성통화 위주의 휴대폰에 무선인터넷 기능이 더해지기에 이른다. 제 3세대 휴대폰을 통칭되는 IMT(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2000의 탄생으로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휴대폰은 더 이상 ‘소리의 소통’을 의미하는 ‘phone’의 기능에 머물지 않게 됐다. 1화음의 단조롭기 그지 없던 벨이 64개의 음을 동시에 재생해 낼 수 64화음 벨로, 흑백의 단색 액정화면이 26만 컬러를 구현할 수 있는 액정화면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3세대 휴대폰의 등장은 동영상 시청, 사진 촬영 및 전송 등을 가능케 해 손안의 멀티 미디어 시대를 연 것이다. 휴대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불과 20년만의 일이다.

- IMT2000 상용화 이후 급진적 변화



휴대폰의 외형적 변화를 ‘진화’라고 한다면 그의 내적 변화는 ‘돌연변이’에 비견될 만큼 급진적이다. 97년 이전까지 초기 서비스는 음성통화가 전부였던 것이 문자 서비스는 물론, 문자 채팅, 손 안에서 이뤄지는 인터넷 서핑, 신용카드 기능에 모바일 뱅킹 기능까지 그 기능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

97년 당시 SK텔레콤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이동통신 시장에 PCS(016, 018, 019)업체들이 가세하면서 휴대폰에 대중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업체들은 경쟁업체와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게임, 벨소리 서비스 등을 선보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 원인을 KTF 이정우(35) 과장은 “당시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텍스트 위주인데다가, 복잡하고 속도마저 느렸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한다.

2001년 하반기에 일어난 IMT-2000의 상용화는 콘텐츠의 양적 질적 확대로 이어졌다. 휴대폰 사용자끼리 대결하는 네트워크 게임, 커뮤니티, 쇼핑, 네비게이션 기능 등 휴대폰으로 못하는 일이 거의 없게 된 것이다. PDA의 급성장을 예고한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한 것도 PDA의 많은 기능을 휴대폰이 흡수했기 때문. 휴대폰이 PDA의 영역까지 침범한 것이다.

진보에 진보를 거듭한 무선인터넷은 2004년 이동통신 3사가 야심차게 준비한 모바일 뱅킹과 웰빙 서비스가 시행되자 사람들의 일상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손 안의 휴대폰으로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모바일 뱅킹 기능에 신용카드와 교통카드까지 삼켰기 때문이다. 출시 초기에는 개인 정보 유출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으로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3중의 보안 장치가 도입됨에 따라 점차 사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게 LG텔레콤의 이중환 과장(35)의 말이다.

- 위성서비스 실시땐 TC영역 넘봐

사회 거의 모든 소비부문에 불고 있는 웰빙 바람. 이를 최첨단을 달리는 휴대폰이 놓칠 리 없다. 미세음을 통해 사용자 두뇌의 잠재의식을 활성화 시켜 집중력을 높여 학습효율을 높이는가 하면(LG텔레콤), 기능성 음악과 저주파를 동시에 들려줌으로써 특정호르몬의 분비를 촉진 또는 감소시켜 식욕을 억제, 다이어트 효과를 내는 다이어트(SK텔레콤) 서비스까지 나와 있다. 이쯤이면 ‘휴대폰’이라는 명칭을 대체할 그 무엇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터무니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IT산업의 총아로 불리는 휴대폰의 진화는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다. 위성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서비스가 상용화되는 올 7월, 저렴한 가격으로 어느 곳에서든 휴대폰을 통해 TV를 시청하는 시대가 되면 TV의 처지도 위태로워 질 전망이다.



홍창기 인턴기자 ck7024@empal.com


입력시간 : 2004-03-3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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