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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별의 아름다운 분열
具-제조, 許-유통으로 계열 분리, 주가 변화 등 파장 촉각
절묘한 역할분담 57년간 불협화음 없는 동거, 재계의 신화로


겨울에서 봄철 사이(12월~2월) 밤 하늘에서는 가장 밝은 별 두개를 중심으로 어깨동무 형상을 한 별자리인 쌍둥이자리가 유독 눈에 띈다. 거의 같은 밝기의 두 별은 긴 겨울 밤을 지새며 다정한 쌍둥이 형제처럼 빛난다. 그리스 신화의 최고신 제우스의 쌍둥이 아들을 상징하는 별로, 고도가 조금 더 높은 위쪽에 있는 별이 형 카스토르이고 아래쪽 별이 동생 폴룩스다. 적의 손에 죽은 형을 위해 복수에 나선 동생 폴룩스. 또 쌍둥이 별자리에 태어난 사람은 사업 경영과 세일즈에 천부적인 기질이 있어 안전하고 착실한 사업을 할 경우 대성할 것이라는 해설도 따라 붙는다.






벚꽃이 만발한 서울 여의도 강변에 우뚝 솟아있는 35층 LG그룹 본사 쌍둥이(트윈 타워) 빌딩. 1987년에 세워진 트윈 타워 빌딩은 57년간 LG그룹의 동업 관계를 이끌어온 구(능성 具)ㆍ허(김해 許)씨 양가의 끈끈한 우애와 깊은 신뢰를 상징한다. 이 건물 30층에 위치한 구본무 LG회장 사무실 바로 옆에는 허창수 LG건설 회장 방이 나란히 배치돼 있을 정도로 서로의 믿음과 협력관계가 돈독하다. 구ㆍ허 양가는 같은 핏줄은 아니지만 쌍둥이 형제처럼 오랜 기간 동고동락을 거치면서 다져진 우애가 그 만큼 깊기 때문이다.

최근 LG그룹과 동업 관계인 구ㆍ허씨 일가가 계열 분리 수순에 들어 갔다. 그룹 지주회사인 ㈜LG를 제조업 부문인 ㈜LG와 서비스 부문인 ㈜GS홀딩스로 분할하고, 이후 구씨와 허씨 일가가 각각 보유하고 있는 두 지주 회사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형태로 계열 분리 작업이 가속화 할 전망이다. 이른바 구씨-허씨로 대변되는 창업주 대주주들의 57년 3대에 걸친 공동경영에서 LG가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것이다. 이는 또 이들 두 집안이 각각 단독 경영에 나서는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 합리와 인화, 글로벌기업 합작

LG의 구ㆍ허씨 양가 동업은 1947년 그룹의 모체인 ‘락희 화학 공업사’(현 LG화학)를 함께 창립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구ㆍ허씨 양가는 동업 관계를 유지하기 전부터 이미 끈끈한 인연을 맺어 왔다. 고 구인회 LG창업 회장이 대대로 만석꾼인 허만식씨의 장녀 을수씨와 혼인하면서 양가는 첫 인연을 맺었다. LG화학 창립 직후 구 회장은 처남인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을 영업 담당 이사에 배치하면서 LG그룹의 기초를 다졌다. 허 회장의 형제인 고 허학구ㆍ신구씨 등도 경영에 합류했다. 이후 구ㆍ허 양가는 사소한 불협화음 하나 없이 57년간 성공적인 동업 관계를 유지하면서 LG를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시켰다.

양가 모두 유교적 가풍에 따라 엄격한 위계 질서 아래, 구자경 LG명예회장과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서로를 예우하는 것은 물론, ‘합리적 원칙에 바탕을 둔 인화’를 철저히 지킨 것이 성공적 관계를 유지시킨 최대의 공신이다. 이는 국내 경영학계조차 연구 대상으로 꼽을 만큼 주목을 받기 충분하다. 상호간 사전에 충분한 합의를 거쳐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을 엄격하게 지키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역할 분담의 미학’은 널리 인정 받는 바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구씨 가문은 대개 사업 확장과 공장 건설을 중심으로 외형적 경영을 주도했고, 숫자에 밝은 허씨 가문은 재무와 영업 등 안살림에 주력하는 등 역할 분담을 철저히 지켰다”며 양가의 역할 분담론을 소개했다.



특히 3대에 걸쳐 내려 온 이들 양가의 협력관계는 1995년 2월 구본무 LG회장의 취임 당시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구본무 회장의 취임과 함께 구자경 회장은 물론 그룹의 창업 세대인 허준구 당시 LG전선 회장을 비?구태회 LG고문과 구평회 LG상사회장, 허신구 LG석유화학 회장, 구두회 호남정유에너지 회장 등이 경영 일선에서 창업고문으로 물러나는 용단을 내렸다. “젊은 경영자들의 활동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구자경 회장의 뜻에 따라 구ㆍ허 양가의 창업세대 경영자들이 기꺼이 동의하고 ‘동반퇴진’을 단행했다. 한창 경영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시기, 차세대 경영자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양가 창업세대가 뜻을 같이 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재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일으켰던 바다.

그 후 구본무 회장과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창수 LG건설 회장은 양가를 대표하며 동업 관계를 계승했다. 허 회장은 그룹 대내외 행사 때마다 그림자처럼 구 회장과 동행했지만, 결코 전면에 나서지 않고 구 회장을 돋보이게 했다. 또 구 회장 역시 허 회장을 깍듯이 예우하는 데 소홀함이 없었다. LG 관계자는 “2002년 7월 허준구 명예회장이 작고했을 당시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은 허씨 상가가 아닌 구ㆍ허 양가의 상가(喪家)로 착각할 만큼, 구씨 집안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빈소를 지켰다”고 양가의 끈끈한 우애를 강조했다. 그는 “구자경 명예회장은 5일장 내내 자리를 뜨지 않고 상주마냥 빈소를 지켰고, 당시 일본 출장 길에 올랐던 구본무 회장도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국해 조문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 구조적 분할인가, 나눠갖기인가

4월 13일 ㈜LG는 이사회를 열고 업종 전문화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상호 사업연관성이 적은 제조업 부문과 유통중심의 서비스 부문을 7월부터 분리하기 위한 회사 분할안을 결의, 발표했다. 이에 따라 ㈜LG는 5월 28일 주주총회를 통해 ㈜LG와 ㈜GS홀딩스 등 2개의 지주회사로 정식 분할되며, 허씨 몫인 ㈜GS홀딩스 대표이사에는 허창수 LG건설 회장이나 허동수 LG칼텍스정유 회장이 사령탑에 오를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GS홀딩스의 GS란 브랜드 네임인 골드스타(Gold Star)에서 딴 것. 주총 결정에 따라 ㈜LG에는 LG전자와 LG화학을 비롯한 제조 자회사 29개만 남게 되며, 신설 지주 회사인 ㈜GS홀딩스는 LG칼텍스정유, LG유통, LG홈쇼핑, LG건설 등 8개사에 대한 출자를 담당하기로 했다. 그룹 창업가문인 구씨와 허씨 간의 분가(分家)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LG의 이 같은 인적 분할 구도가 각 계열사에 미치는 여파와 관련,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분할자체는 주주가치에 중립적이나 기업구조가 성장 잠재력이 큰 제조업 포트폴리오와 안정적 현금흐름이 특징인 에너지ㆍ유통 포트폴리오로 단순해지고, 핵심 역량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주식 시장에 개별적으로 상장된다는 점에서 주주가치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LG의 유통주를 분할한 것은 기존 지분을 나눠 갖는 것에 불과하다”며 “가치변동이 없기 때문에 주가 등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GS홀딩스의 자체 브랜드 파워를 문제시, “홈쇼핑이나 유통의 경우, 2005년부터는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 지급이 불가피하므로 LG 브랜드 경쟁력 상실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별에는 밝기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도 있다. 구씨와 허씨 LG 창업의 쌍둥이 형제 역시, 어떤 화학 반응을 보일 지 알 수 없다. 어떻게 기업을 이끌어 가느냐 하는 경영 방식에서, 그리고 인화를 일궈내는 데에서 얼마나 정도(正道)를 밟아 가느냐에 따라서.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4-04-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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