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떨게한 삼성 PDP의 힘삼성 SDI, 완벽정신으로 PDP 세계최강 굳히기일본, 특허분쟁·통관보류 등으로 '삼성견제' 노골화

한일 PDP 전쟁 "일본은 왜 도발했나"
일본 떨게한 삼성 PDP의 힘
삼성 SDI, 완벽정신으로 PDP 세계최강 굳히기
일본, 특허분쟁·통관보류 등으로 '삼성견제' 노골화


“일본은 한국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의 대표적 제조 업체인 삼성에 세계 1위 자리를 빼앗긴 것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견제해야 한다는 자국 보호심리가 앞서고 있습니다. 이번 PDP 특허분쟁은 일종의 기(氣)싸움 입니다. 결코 밀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90년대 초반부터 기술 연구에 매달려 PDP관련 특허를 이미 2,000건이나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일이 이렇게 된 바에야 어차피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다는 일전불사의 결연한 각오가 말 끝에서 그 힘을 느낄 정도다. 극일(克日)을 화두로 한 열띤 경쟁 의식은 좀체 누그러질 기색이 없어 보인다. 싸움닭이 무색하다.

- 삼성 "물러서지 않겠다" 전의

최근 일본 후지쓰와 PDP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 SDI의 사령탑 배철한 부사장. 그는 4월 27일 충남 천안 성성동 삼성SDI 제3산업단지에서 “특허 분쟁과 일본 세관의 통관 보류 조치 등으로 번지고 있는 한ㆍ일 전자 산업 전면전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삼성 SDI는 일본 세관이 법원의 수입 금지 최종 결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SDI의 PDP제품에 대해 통관 보류를 전격 수용한 것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현실화될 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할 상황이다. 여기에다 일본삼성은 후지쓰가 삼성SDI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은 근거 없으며 도쿄 세관의 통관보류 조치의 부당성 규명과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도쿄 지방법원에 내 놓았다. 사태는 난타전으로 번져가고 있다. 삼성도 잃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 PDP 제품의 일본 수출 규모가 월 3,000~4,000대 수준으로 회사 수출금액의 3~4%에 불과해 일본의 이번 통관 보류 조치의 피해는 아직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한ㆍ일 양국의 전자산업의 전면전으로 확산돼 장기화할 경우 부품업체들에까지 그 여파가 심각히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양국 정부가 중재자로 나설 경우, 막판 타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세계 PDP 업계에서 1위 기업은 과연 무엇이 다르기 때문인가. 일본 대표기업 후지쓰 등이 세관까지 동원해 견제하려는 두려움의 실체란 과연 무엇인가.

충남 천안의 삼성 SDI 공장에서는 초대형 디지털 TV의 대명사로 요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PDP와 2차 전지를 제조ㆍ생산한다. 연면적 3만 여 평에 달하는 이 공장 맞은 편에는 삼성전자 TFT - LCD공장이 위치해 있다. 이 산업 단지는 그래서 PDP와 LCD 제조가 한 호흡으로 이어진, 삼성의 핵심 ‘디스플레이 밸트’로 불릴 정도다. 2001년 7월 준공된 PDP공장엔 현재 1,600여명이 근무 중에 있다. 지난 해 말부터 PDP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이곳 생산 현장에서는 직원들이 3교대로 매일 24시간 풀 가동해 일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PDP TV세트 업체들의 공급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상태다. 세계 PDP 업계 사상 최초로 37, 42, 50, 63, 70, 80인치 등 모든 기종의 고화질 HD 급 생산 체계를 구축한 삼성 SDI는 ‘브라운관 기업’이라는 옛 삼성전관 이미지에서 탈피, 디지털 모바일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삼성 SDI는 지난해 12월 3,700억원을 투자, 월 6만5,000대 규모의 PDP 제2생산라인 설비를 마치고 가동에 들어갔다. SDI는 1ㆍ2기 라인을 합쳐 총 월 최대 생산 능력이 13만대로 세계 1위 PDP 업체로 우뚝 올라설 수 있었다. 특히 제2기 라인에는 PDP 업계 사상 최초로 한 장의 유리 원판에서 42인치 PDP 3개를 생산할 수 있는 첨단 다면취(多面取) 생산기법을 도입, PDP산업의 원조격인 일본 업체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아직도 세계 PDP 업계에서 3면취 라인을 적용하는 곳은 삼성SDI가 유일할 정도이니까.

- 규모의 경제로 경쟁업체 앞질러

삼성SDI는 치열한 PDP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승부수가 ‘규모의 경제’라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승부수는 이미 던져졌다. 올 1월부터 총 5,800억원을 투자해 건설중인 제3기 라인이 올해 10월께 준공될 경우 월 생산 능력이 최대 25만대까지 늘어나 경쟁 업체들을 배 이상으로 따돌릴 뿐 아니라 판매량과 기술면에서 업계 최강의 지위를 갖게 될 전망이다. 배철한 삼성SDI 부사장은 “이제 LCD를 포함해 어떤 PDP TV라도 성능의 차이는 사라져 가, 결국 원가 경쟁력이 승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내년, 아니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LCD와 PDP TV의 가격경쟁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다 삼성SDI가 믿는 구석은 따로 있다. 현재 건설중인 3기 라인에는 업계 최초로 4면취를 적용할 계획으로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속도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다면취 기법은 1면취 생산 라인을 여러 개 갖고 있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보이고 생산 효율성과 원가 절감 효과가 배가된다. 현재 일본 후지쓰 히타치 플라스마와 NEC가 2면취 기술을 2,3년전 도입했을 정도 여서 삼성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을 정도다.

배 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에 12만 1,000대 판매로 세계 1위에 올라섰고 1분기에도 전분기 보다 39%나 늘어난 16만8,000대를 판매, 2분기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함으로써 분기 매출도 전분기 보다 35% 늘어난 2,780억원을 기록했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일본 선발업체가 3, 4년 걸려 달성한 월 손익 분기점을 삼성 SDI는 불과 양산 23개월 만에 돌파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삼성SDI는 또 월 3만대 이상의 계속된 판매량과 손익분기점 돌파로 제품 개발뿐 아니라 수익성에서도 세계 최고 PDP 기업임을 입증했다. SDI는 이를 통해 올해 전세계 PDP 시장 점유율 최소 25%, 최대 30%를 기록, 매출은 최고 1조5,000억원으로 양산 2년 만에 PDP 연간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야심 찬 전략을 세우고 있다.

- 제품 생산 수율 95% 넘어서

이 같이 높은 목표의 이면에는 ‘삼성이니까 다르다’는 삼성 고유의 ‘완벽’정신이 숨겨져 있다. PDP양산 16개월 만인 2002년 10월 불량 없는 완벽한 제품을 생산하는 수율(粹率)을 90%(42인치 기준)까지 끌어 올린 삼성은 현재 수율 95%를 넘어 설 만큼 품질 면에서도 탁월함을 이어가고 있다. PDP와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은 최고 성능의 제품 개발도 중요하지만 대량 생산시에 발생하는 오류를 최소화함으로써 완벽한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브랜드력을 유지하는 생명인 셈이다.

일본을 두고 벌어진 이번 사태도 우수한 기술력에 대한 시샘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6월 양산을 시작한 1,000칸델라(명암비 3,000:1)의 고해상도 HD급 PDP 제품이 일본 시장공략에 나서면서 후지쓰 등 일본 업체들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PDP로서 5~6년 먼저 양산을 시작한 일본 업체들보다 기술면에서 약 6개월 앞선 것으로 평가 받을 정도다. JVC와 도시바 등 일본 주요 TV 세트 업체들과 유럽 업체들로부터 이 제품에 대한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 SDI는 일본세관을 넘어 후지쓰와 앞으로 법정에서 연거푸 맞부딪쳐야 할 입장이다. 양사는 일본 도쿄 지방법원과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1980년 중반 PDP를 이용한 TV를 처음 만든 후지쓰는 화면 밝기 문제를 개선한 기술이 특허 침해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은 이에 대해 90년대 들어 일본 NEC와 마쓰시타, 삼성SDI, LG 전자 등이 사업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나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개발해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걸음도 양보할 수 없는 한일 양국간의 PDP승부는 조만간 법정에서 일단 그 승부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학만기자


입력시간 : 2004-05-04 17:15


장학만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