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공예도 팔려야 보배"적극적 대응책 모색의 첫시도…특별전시회 닷새 펼쳐

[인터뷰] 최경수 조달청장
"전통 공예도 팔려야 보배"
적극적 대응책 모색의 첫시도…특별전시회 닷새 펼쳐


국회의원들이 모인 국회에서 조달청이 전통공예품 특별전을 갖는다. 우리 전통 공예품들이 ‘지역만의 전통 공예’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 넘도록 하기 위해, ‘전통문화 지킴이’를 자처한 조달청이 그 행보에 가속도를 붙인 것이다. 정부 기관에서 소요되는 물자나 시설 공사 발주할 때 정부 각 기관을 대신해 소요 물품들을 구매하던 조달청으로서는 꽤 파격적인 행보다.

- 정부종합청사가 도우고, 국회가 기른다

“예전부터 무형문화재나 명장들이 만든 우리 전통공예품들의 우수성은 널리 알려져 있잖아요.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홍보와 판로가 부족해 일반인들은 쉽게 구경할 수 없던 게 현실이었죠.”바로 이 부분을 조달청이 주목하고 팔을 걷어 부친 것. 전통 공예품을 정부 조달물자에 포함시켜 각 기관에서 공예품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서울 조달청 청사와 대전 정부 종합 청사에 상설 전시장을 마련해 일반인들의 구매를 유도한 것이다. 조달청 창사 반세기 이래 조달청 물품이 일반에게 판매되는 경우는 전통공예품이 첫 기록.

“조달청 본연의 업무가 있기는 하지만, 점점 시드는 장인들의 사기를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는 일이죠. 나라 녹을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전통 문화의 맥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일. 조달청이 아닌 다른 기관이 맡을 법도 하지만, 무형문화재 지정 등으로 그 전통공예가 최소한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서 그쳤던 게 사실이다. 전통공예 발전에 필수적인 판로확보나 홍보지원에는 인색했다는 것이다.

1999년 이래, 조달 품목에 편입된 공예품들을 서울을 비롯한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전시회를 통해 알려 왔다. 또 일본과 중국 등 해외서도 전시회를 열어 모두 30여회에 이르는 전시회를 통해 8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번 국회에서 열리는 특별 전시회는 지금까지의 각 전시회에서 인기를 끌었던 품목들을 총결산하는 자리입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전통공예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죠.”


- 일반 상대로 판매…인기품목 총괄

6월 28일부터 5일간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는 장신구, 칠기, 자수, 도자기, 인장 등 무형문화재, 명장, 우수기능인들의 전통공예 600여종이 전시 판매된다. 특히, 이 기간에는 시중가보다 30~40% 저렴한 정부조달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또 특별전시장에서는 20여명의 명장들이 전통 공예품 제작과정을 시연하고, 방문객들이 현장에서 직접 제작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전통 공예가 좋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높은 가격에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많이 받습니다. 공예품들의 판로가 확실하게 개척된다면 최소한 이 문제는 해결되리라 봅니다. 제작자들이 안심하고 창작에만 몰두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는 것이죠. 전통공예품이라고 해서 10년, 20년 전의 모습 그대로 시장에 나와서야 시선을 끌겠습니까?”전통공예도 단순 장식 용품이나 유물의 재현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라 수요층에 어필할 수 있도록 가격은 낮추고 실용성은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푸른 녹이 쉽게 슬어 기피하던 놋그릇이 구리 - 주석 합금의 ‘전통 방짜기법’으로 제작되자 절대 녹슬지 않게 됐다는 ‘녹슬지 않는 놋그릇’이 대표적 사례다.


- "해외 시장도 개척" 야심도

“ 안정적인 수요를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달청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겁니다. 한국의 전통 공예라고 해서 한국에만 머무르라는 법은 없죠. 일본 중국 시장 외의 해외 시장도 개척할 수 있도록 해외 홍보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한국의 전통공예품을 해외로까지 ‘조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정민승


입력시간 : 2004-06-23 10:42


정민승 prufrock@empal.o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