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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황 해운업계, 뱃노래 절로
'중국효과' 등으로 물동량 폭증, 대형 선사들 사상 최대 실적
돈 되는 사업 인식, 범양상선 인수 놓고 재계 각축




이른바 중국효과에 힘입은 해운업계가 사상 초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금 해운업계에 뛰어들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

해상 운송 업무에 10년째 종사 중인 한 포워더(Forwarderㆍ화주로부터 의뢰를 받아 선사를 연결시켜주는 운송주선 회사) 업체의 김모 차장이 최근의 해운업계 시황을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요즘 해운업계는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 위를 거침없이 쾌속 항해하는 양상이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선사(船社)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이 예상되는 등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국내 경기는 오랜 침체를 겪고 있지만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 일처럼 여겨질 뿐이다.

M&A(기업 인수ㆍ합병) 매물로 나온 범양상선을 둘러싸고 최근 펼쳐지는 재계의 치열한 인수전도 따지고 보면 해운업계의 초활황이 직접적인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해운 시황이 절정을 달릴 때 상당한 영업 실적을 내고 있는 대형 선사를 인수하는 것 자체가 별다른 위험 부담 없이 사업을 확장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범양상선은 철광석, 석탄, 곡물 등 원자재를 주로 운송하는 벌크선 전문업체로 매출액 기준 국내 3위의 선사. 벌크 부문만 떼놓고 보면 국내 1위, 세계 8위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지난 92년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꼭 10년 만인 2002년에 이를 벗어나면서 우량회사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매출 1조9,771억원과 영업이익 778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매출 2조5,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등 강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 8개업체 범양상선에 눈독

현재 범양상선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모두 8개 업체. 당초 인수 의향서를 써낸 곳은 국내외 13개 업체에 달했으나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매각 주간사인 삼정 KPMG의 자격 심사를 거치면서 7월 16일 8개 업체가 입찰적격자로 선정됐다.

어떤 업체가 마지막에 웃을 지는 아직 안개 속이다. 하지만 이들 중 금호아시아나, 동국제강, STX, E1 등 국내 중견기업 4개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채권단이 무시하기 어려운 범양상선 노조가 해외 기업이나 국내 동종 기업으로의 매각을 강력 반대하고 있는 데다, 정부에서도 국익과 관련된 전략산업을 외국인 손에 맡길 수는 없다는 입장을 산업은행 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들 4개사는 공교롭게도 비(非)해운업체라는 공통점을 지닌 동시에 범양상선 인수를 통해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금호아시아나는 경쟁사인 한진그룹처럼 육ㆍ해ㆍ공 종합물류 기업 도약, 동국제강과 E1은 사업 다각화, STX는 조선-해운업의 결합 등을 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범양상선 인수전으로 새삼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해운업계는 과연 얼마나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그 동인은 무엇일까.

국내 45개 선사들을 회원으로 하는 한국선주협회의 양홍근 부장은 “국내 해운업계가 지난해 3ㆍ4분기부터 두드러진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그냥 잘 되는 정도도 아니고 가파르게 치솟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17만t급 벌크선을 기준으로 하루 용선료(배를 빌려 사용할 때의 요금)가 지난해 하반기 1만8,000달러에 불과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무려 10만달러 선까지 수직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운임 폭등은 선사들이 보유한 선박 수는 제한적인 데 반해 물건을 실어 달라는 화주의 수요, 즉 물동량이 폭발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 중국 고도성장에 해운운임도 급등세

물동량 폭발의 진원지는 매년 고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 경제다. 각종 생산활동이 끊임없이 펼쳐지면서 지구촌의 ‘원자재 블랙홀’이 되고 있는 중국이 해운업계의 최대 물주로 자리잡은 것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해운업계는 세계 경기, 특히 미국의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깨어난 거인’ 중국의 경제 성장은 이제 미국에 좌우되던 해운 경기를 과거의 일로 만들어 버렸다.

이른바 ‘중국효과’(China Effect)가 해운업계에 미치는 위력은 실로 엄청나다. 중국의 최근 5년간(1997~2002년) 컨테이너 항만 물동량은 연 평균 22%가 넘는 가파른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5개월 동안에는 2,256만여 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해,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7%나 늘어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는 중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무려 1억3,200만 TEU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중국발(發) 물동량의 폭증이 해운업계 운임의 상승으로 고스란히 연결된 것은 자연스런 결과. 해운 운임만큼 수요 공급의 법칙에 철저한 것도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해운 운임의 급등세는 운임의 등락을 반영하는 각종 관련 지수를 통해서 확연히 드러난다. MRI 종합운임지수의 경우 2002년 1월 209.9에서 올 6월 395.8로, BDI 건화물운임지수는 같은 기간 800대에서 2,900대로 대폭 상승했다.

주목할 것은 지난 4월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경기 억제 정책 발표가 세계경제에 충격파를 던지기 전만 해도 BDI 건화물운임지수가 5,000대를 훌쩍 넘을 정도의 고공 행진을 거듭했다는 사실이다. 과열 양상을 빚은 철강, 자동차, 시멘트, 알루미늄 등에 대한 신규 투자를 동결시킨 중국 당국의 조치가 한창 잘 나가던 해운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던 셈인데, 그 쇼크마저 오래 가지 않았다. 중국 당국이 경기억제 조치 완화를 시사하면서 BDI 지수가 다시 반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7월 29일 현재 3953을 기록 중인 BDI 지수는 4000대를 넘나들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

2002년 1월 450대에서 지난 6월 말 1,500대로 폭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HR 컨테이너선 용선지수 역시 불붙은 해운 시황을 보여주는 또 다른 주요 지표다.


- 2006년께 해운 경기 둔화 가능성

이처럼 사상 초유라고 할 만큼 해운 시황이 바짝 달궈지면서 업계에선 정점이 언제냐 하는 논란도 슬슬 제기되는 형편이다. 변수로는 중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 신규 선박의 공급 시기, 고유가 행진 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 2005년으로 접어들면 해운업계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보수적인 전망도 나오지만, 그보다는 좀 더 활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보인다.

대우증권 신지윤 애널리스트는 “중국 긴축의 영향은 곧 걷힐 것이고 세계 경기도 지난해부터 살아나고 있어 해운업계의 강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지난해 대규모로 발주된 신규 선박이 상당수 인도되는 2006년께는 해운 경기가 소폭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4-08-0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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