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발전경쟁시대 이끄는 조타수 한국서부발전 김종신 사장기술 협력·원료 공동구매 등 '경쟁 속 협력' 새 이정표 세워

'상쟁의 發電시대' 상생의 길 열다
2기 발전경쟁시대 이끄는 조타수 한국서부발전 김종신 사장
기술 협력·원료 공동구매 등 '경쟁 속 협력' 새 이정표 세워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부문을 5개 발전 사로 분할한 지 4년이 지났다. 특히 지난 4월 한준호 전 중소기업특별위원회위원장이 한전 사장에 취임한 이후 이들 발전회사의 경영진도 대폭 교체됐다. 제2기 발전경쟁시대에 접어든 셈이다.

사실 발전분할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전력부문에도 경쟁논리를 도입, 발전원가를 낮추는 등 일부 계량평가가 가능한 부문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에 반해 불안정한 연료수급 문제, 해외진출의 비효율성, 발전사간 불필요한 경쟁 등은 역효과라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제2기 발전경쟁시대에 접어든 각 발전사들은 이 같은 난제를 극복, 발전분야의 경쟁과 협력관계를 한 단계 높여 공동이익을 추구해 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각 사가 독자적으로 경영효율화와 전력서비스 품질을 높여나가면서 국내외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윤리경영과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2기 발전경쟁시대를 이끌고 있는 한국서부발전 김종신 사장(59)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 중국서 원료 공동구매 등 큰 결실

“발전경쟁 2기는 경쟁을 위한 경쟁을 자제하고 각 발전사들이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면서 기술개발 협력은 물론 원료 공동구매 등 발전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김 사장은 “지난달 서부발전이 간사회사로서 각 발전사 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원료구매 담당자들과 함께 중국을 방문, 현지 거래선과 원료공동구매를 협의하고 돌아와 좋은 결실을 보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특히 김 사장은 발전사간 협력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대주주인 한전의 방침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한전 한준호 사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발전사간 ‘경쟁과 협력’을 강조한데다 국민을 위한 봉사에 경영의 무게를 더하면서 이 같은 공조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요즘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기름값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너지자원 해외 의존율이 90%를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사장은 무엇보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원가 면에서 가장 값싼 원자력 발전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한다. 청정에너지이면서 고급에너지인 전기의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원자력 발전이라는 것.

물론 한편에서는 신 재생에너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아직은 투자대비 효율성이 낮아 경제성 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는 만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

김 사장은 “정부도 2011년이 되면 발전설비의 5%까지 신 재생에너지로 발전해야 한다는 법적요건을 마련, 신 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며 “서부발전의 경우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태안반도 가로림만에 50만kW 규모의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부발전은 정부가 중점 지원분야로 선정한 풍력과 태양과 연료전지를 이용한 발전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고 특히 태안화력, 서인천복합화력, 군산화력 구내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부발전이 타 회사보다 중요하게 내세우는 것은 기술우위다.

김 사장은 “발전부문 경쟁우위는 기술력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임해 보니 서부발전은 창사직후부터 ‘기술의 서부발전’을 구현하기 위해 발전기술 경쟁우위 확보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시행, 지난해 43억원에 이어 올 6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국가도 경영관리가 안 되면 지난 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며 “기업도 프로젝트 관리를 잘해?올바른 기업경영이 가능해 진다”고 강조한다.


- 3C 경영으로 일류기업 도약 꿈

김 사장에게는 소박한 꿈이 있다. 서부발전을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몸집은 작아도 알차고 건실하고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그래서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그런 서부발전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재임기간 중에 이를 실현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선은 그 토대를 굳건하게 만드는 것이 김 사장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김 사장이 지난 4월 취임 이후 주창해 온 3C(Clean, Competitive, Companion)경영도 바로 그 일환이다. 윤리경영의 정착, 경쟁역량의 강화, 화합경영의 실현 등이 바로 3C 경영의 핵심이다.

“제도 개혁이나 혁신을 캠페인성이나 경영기법식, 대중(포퓰리즘) 중심이 아닌 철저한 조직 진단을 통해서 실현시킬 것입니다. 특히 조직이나 인사제도에 대한 혁신을 통해 기업체질을 변화시킴으로써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입니다.”

김 사장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경영철학은 화합이다. 내부직원과의 화합, 지역주민들과의 화합, 노조와의 화합 등 화합 경영이야 말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사간에 미래지향적인 이해와 협력의 튼튼한 토대를 구축하지 않고서는 일류기업으로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김 사장의 평소 지론이다.

김 사장은 “과거 파업의 아픔을 잘 감싸서 상처를 치유하고 대화와 협력의 장을 마련해 노사관계가 상생의 관계로 성숙된다면 서부발전은 재미있고 자부심이 넘치는 일터가 될 것이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근무해 보고 싶은 살 맛나는 직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원자력전문가, 프로젝트 관리분야의 국내1인자, 전력분야 해외사업 개척자’ 김 사장에게 붙어 다니는 수식어다. 그 이유는 그의 이력에서 잘 나타난다. 김 사장은 한수원 발전본부장을 지낼 만큼 원자력 분야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는 가장 먼저 PMP(Project Management Professional) 자격증을 땄다. 특히 20년 이상 몸담았던 한전을 떠나 잠시 야인생활을 하면서 전국을 돌며 이에 대한 강의를 했다. 그렇게 그의 강의를 들었던 제자만 무려 2000여명에 달한다.

김 사장은 한전의 해외사업 개척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한전이 해외사업을 처음 추진하던 시절, 초대 해외사업처장으로서 이를 진두지휘했다.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 그의 성격은 소탈하기 그지 없다. 그를 옆에서 지켜본 직원들은 CEO의 냄새보다는 일반 직원의 냄새가 더욱 강하게 풍긴다고 말한다. . 그러나 기술자로서 한눈 팔지 않고 목표를 설정, 어떻게든 달성해 내고야마는 집념의 소유자다. 조금 무리라고 생각되는 일도 거뜬히 해 내는 추진력의 사나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내가 받은 만큼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강하지만 온화한 성격, 강온성향을 함께 지닌 CEO라는 평이다.

최영규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4-09-02 14:57


최영규 편집위원 choiyk56@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