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5' 야심의 결정체자신감 엿보이는 최첨단 핵심시설 공개캠리·어코드와 비교시승 기회도

르포/ 현대 'NF 쏘나타' 아성을 가다
'글로벌 톱5' 야심의 결정체
자신감 엿보이는 최첨단 핵심시설 공개
캠리·어코드와 비교시승 기회도


현대ㆍ기아자동차(정몽구 회장ㆍ이하 현대차)의 야심찬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2010년 ‘ 글로벌 톱5’ 진입을 선언한 현대차가 자신의 주장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하다.

9월 1일 출시된 신차 ‘ NF 쏘나타’가 시장의 호평을 받으며 잔뜩 고무된 가운데, 현대차는 지난 10일 7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을 남양 종합기술연구소와 아산 공장으로 초청해 견학 행사를 가졌다. 두 곳은 세계 시장에서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과 싸우는 현대차의 핵심 전력이 고스란히 들어서 있는 시설이다. 이처럼 ‘ 안방’과도 같은 장소를 열어 제친 것은 어지간한 자신감이 아니면 어려운 일. 때문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국 언론사 기자들은 더욱 비상한 관심을 갖고 취재에 임하는 분위기였다.

먼저 들른 곳은 경기도 화성시 남양 연구소. 안으로 들어서자 구내 곳곳에서 검은 위장막을 덮어 씌운 실험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언젠가 시장에 등장할 신무기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측은 북미 시장을 향해 빼든 비장의 카드인 ‘ NF 쏘나타’의 제작 및 실험 과정 등을 보여주면서 상당 수준에 이른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 풍동실험 설비 등은 세계적 수준

우선 신차 개발 과정의 첫 관문인 디자인 단계. 현대차는 수작업에 의존했던 과거 디자인 관행을 이미 탈피했다. 전체 과정을 디지털 프로세스화 해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신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VR(Virtual Realityㆍ가상 현실) 기법을 핵심으로 하는 이 기술 덕분에 실제 모형을 만드는 수고는 옛일이 됐다. 마치 실제 자동차와 똑같은 신차 모형을 3차원 화면으로 구현, 간편하게 개발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 주행 때 자동차가 받는 바람의 영향을 테스트해 차체 구조 설계에 반영할 데이터를 생산하는 풍동(風洞ㆍWind Tunnel) 실험장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남양연구소 풍동은 공기 저항뿐 아니라 공력 소음(바람 소리)까지 측정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실험장이다. 시속 50Km의 바람을 풍동 앞에 세워둔 NF 쏘나타 쪽으로 불어대자, 바람에 실린 측정용 연기는 유선형의 날쌘 궤적을 그리며 차량 위를 스쳐 지나갔다. 이곳 관계자는 “NF 쏘나타는 공기 저항이나 바람 소리를 기준으로 하면 세계 최고 수준에 걸맞게 개발됐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과연 그럴까. 현대차가 이날 마련한 가장 특별한 이벤트인 비교 시승식에 관심이 집중됐다. 비교 차종으로 나온 차는 같은 배기량의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 특히 캠리는 현대차 측이 NF 쏘나타 개발 단계에서부터 ‘타도’ 대상으로 삼았던 북미 시장 베스트셀러 차종이다.

차량의 주행 기능을 다각도로 점검하는 드넓은 범용 시험장에서 세 종류의 차량을 번갈아 탔다.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10초 정도로 셋 다 비슷하다. 가속 페달을 한껏 밟아 시속 120Km 정도에 이르렀을 때 핸들을 좌우로 흔들어 놓으며 조정 안정성을 테스트했다. 미미한 차이만 감지됐다. 다시 고속에서 핸들을 오른쪽으로 급하게 틀었다. 차체 쏠림 현상을 알아보는 실험이다. 역시 세 차량의 큰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소 과격할 정도로 세 차량을 다뤄 본 모 자동차 전문지 편집장은 “ NF 쏘나타가 월등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기자의 느낌도 비슷했다. 내부 인테리어나 정숙성 등은 오히?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시속 200㎞ 질주, 빼어난 정숙성 확인

다음엔 벨로드롬처럼 생긴 거대한 고속 주회로에 NF 쏘나타를 올렸다. 직접 운전을 맡은 현대차 연구원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문득 속도 계기판을 봤다. 최고 속도에 거의 근접한 시속 200Km. 그런데 차량의 흔들림이나 시끄러운 바람 소리가 별로 없다. 풍동의 관계자가 했던 말이 상기되는 순간이다. 시속 100Km의 속도로 달릴 때도 체감으로는 마치 40~50Km 정도로 느껴질 뿐이었다.

비교 시승을 마친 기자들이 간혹 NF 쏘나타에 대한 칭찬을 해 주자 한 회사 관계자는 다소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 사실 비교 대상이 된 두 회사에서는 이번 행사에 대해 별로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다. 공인된 제 3의 장소에서 같은 조건의 차량으로 경쟁을 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무시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한번의 이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경쟁이 일단락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시장의 소비자들이 냉정한 최종 점수를 매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NF 쏘나타가 현대차의 끝은 아니지 않은가.

‘ 글로벌 톱5’의 길은 이제 시작이다. 김형욱 연구개발본부 전무에게 현재 글로벌 톱5와 현대차의 기술력을 비교해 달라고 부탁했다. “ 거의 모든 부문에서 대등한 위치에 왔다고 자부합니다. 다만 고급 차종 분야에서 종합적인 엔지니어링 기술이 조금 처지는 것은 사실인데, 이것도 곧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남양 연구소 다음 코스는 수출 전략형 최첨단 승용차 공장을 표방하는 충남 아산 공장. 제작 공정을 따라 철판이 자동차로 만들어져 나오는 과정을 숨가쁘게 뒤쫓았다. 철판을 잘라 차체 프레임을 만들고, 이것을 조립하는 공정에 작업자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로봇들이 이들 공정의 대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작업자들의 꼼꼼한 손길은 각종 부품을 장착해 차량을 최종 완성하고 점검하는 의장 공정에 대부분 집중돼 있다. 말하자면 아산 공장의 차량 제작 시스템은 대량 생산과 품질 확보를 동시에 만족하는 쪽으로 짜여져 있는 것이다.


- 쏘나타·그랜저 앞세워 세계시장 본격 공략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하루 약 1,200여대. 시간당으로는 63대가 되는 셈이다. 공장 주변의 장치장에는 이미 출고된 NF 쏘나타와 그랜저 XG 등이 빼곡하다. 내년에 그랜저 XG 후속 차종이 발표되면 현대차 세계 공략의 선봉에는 쏘나타와 그랜저 두 차종이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현대차가 자랑하는 두 장수는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4-09-15 13:55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