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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기업 경쟁력의 원천
기업 성패 가르는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 전략의 최우선 항목으로 꼽혀




미국의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그룹인 ‘인터브랜드’사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 순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는 125억5,000만 달러의 값어치를 기록하면서 세계 2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는 지난해의 108억5,000만 달러, 25위라는 결과와 비교해 더욱 진일보한 것은 물론,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31억 달러에 순위 밖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인터브랜드는 제품력과 고급스러운 이미지 외에 브랜드 육성 정책을 대약진의 주요 동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단순히 품질과 디자인이 좋은 제품으로만 승부를 건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999년부터 글로벌 마케팅 부서를 가동하는 등 브랜드 가치 제고에 일찌감치 눈을 뜬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국 기업들도 세계 시장에서 통하려면 무엇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국내 시장을 상대로 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기왕 비슷비슷한 품질력이라면 브랜드 이미지가 좀 더 나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구매 경향이기 때문이다. 이제 브랜드는 그냥 상표가 아니라, 기업과 제품의 얼굴이자 힘과 경쟁력의 원천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은 어떤 형태로 구체화되는 것일까. 국내 브랜드 컨설팅업에 앞장 서 온 ‘더 브레인 컴퍼니’ 박병천 대표의 도움말을 통해 브랜드 마케팅의 흥미진진한 세계를 들여 봤다. 박 대표는 산업자원부 산하 브랜드 부문 컨설팅 위원이자 청와대 CI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등 현장과 이론을 겸비한 권위자다.

- 브랜드의 힘 이렇게 세다

CEO(Chief Executive Officerㆍ최고 경영자)라는 말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은 용어다. 경제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CFO(Chief Financial Officerㆍ최고 재무관리자), CTO(Chief Technology Officerㆍ최고 기술경영자) 등의 용어도 제법 익숙할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들은 CBO(Chief Brand Officer)라는 브랜드 분야 최고 책임자까지 두고 있다. 이들이 기업 경영에서 브랜드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나이키는 브랜드 마케팅의 대표적인 강자다. 나이키는 생산 공장을 모두 해외로 아웃 소싱하고, 본사의 역량은 브랜드 가치의 유지와 강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한다. 생산 비용은 낮은 수준에서 관리하는 반면, 브랜드 파워에서 비롯된 고가 전략을 취함으로써 나이키가 얻는 과실은 엄청나다. IT 업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영업 이익률을 자랑하는 삼성전자보다 4배나 높은 영업 이익률이 이를 잘 증명한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애니콜’도 동종 업계에서는 선망의 브랜드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로는 3위에 그치지만 영업 이익률만큼은 단연 1위이기 때문이다. 애니콜의 세계 제패는 첨단과 고품질의 브랜드 이미지를 고가 전략으로 연결시킨 덕분이라는 평가다.

국내에서 브랜드 마케팅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사례로는 하이트 맥주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시장 점유율 20% 안팎에 머물던 기업이 브랜드 하나 바꿔 맥주 시장의 60%를 석권하는 대사건을 일으켰던 것이다. 박병천 대표는 “사실 회사 내부적으로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지만, 브랜드 컨셉트를 바꿈으로써 엄청난 효과를 얻은 전형적인 경우”라고 강조했다.

- 브랜드도 건강진단 받아야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듯이 브랜드도 건강 진단(brand diagnosis)을 받아야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다. 수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브랜드와의 경쟁, 시시때때로 변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이라는 험난한 환경 속에서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서 건강 진단은 필수적이다.

만약 기업이 의도적으로 추구하는 브랜드의 정체성(identity)과 소비자들이 실제로 받아들이는 브랜드의 이미지(image)가 100% 일치한다면, 그 브랜드는 아주 건강한 상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건강 진단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기는 흔치 않은 일. 때문에 정체성과 이미지 사이에 얼마?큰 간극이 있으며, 또 원인은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것은 브랜드 건강 진단의 출발점이 된다. 물론 처방은 개별 브랜드의 병인(病因)에 따라 내려진다.

A전자 업체의 사례를 살펴보자. 브랜드 건강 진단을 한 결과, 이 업체는 백색가전(냉장고, 세탁기 등 주로 흰색을 띤 가전제품 )의 경우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영상기기 분야는 더 이상 존속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연히 사업 부문의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할 상황인데, 이처럼 브랜드 건강 진단을 통해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종종 ‘사형선고’가 내려지기도 한다고.

- 브랜드 전략이 기업 성패 가를 수도

세계적인 커피 전문점 체인 ‘스타벅스’의 성공 사례는 브랜드 마케팅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에게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와 경험을 판다’는 메시지를 주입시킴으로써 다른 커피 체인점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이끌어냈다.

소비자들이 커피의 맛과 질보다는 참신하고 신선한 분위기에 더욱 매료될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간파한 덕분이다. 또 100년이 넘는 역사의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 데이비슨’도 비슷한 경우다. 이 회사는 자유, 젊음, 낭만과 같은 정서적 만족감을 브랜드에 전이시켜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여타 상품으로까지 소비자들의 손길을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반면 브랜드 전략을 잘못 짠 까닭에 기업의 존립이 위협받는 경우도 있다. 소주를 주력 상품으로 한때 기업 집단을 형성했던 진로그룹의 예가 대표적이다. 진로는 전성기 시절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백화점, 아파트 사업 등에 뛰어들기도 했는데, 줄줄이 실패만 하고 퇴각하고 말았다. 이는 소주라는 상품이 풍기는 서민ㆍ저가격ㆍ저기술의 브랜드 이미지가 고부가가치 사업에서는 오히려 해만 됐기 때문이다.

박병천 대표는 “애초 브랜드는 다른 제품과의 식별 기능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신분과 라이프 스타일 등 자기 표현을 하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며 “기업들도 브랜드 마케팅이 가지는 엄청난 영향력을 고려해 좀 더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4-10-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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