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일체' 기업문화 새 장 연다국내 유일의 4년제 사내 대학, 21세기 최고의 인재 양성에 도전그룹의 '인재 투자론'에 부합, "세계적 명문공대로 도약시킬 것"

인간승리의 꿈이 영그는 삼성전자공과대학교
'산학일체' 기업문화 새 장 연다
국내 유일의 4년제 사내 대학, 21세기 최고의 인재 양성에 도전
그룹의 '인재 투자론'에 부합, "세계적 명문공대로 도약시킬 것"


“비록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고를 졸업하고 곧 바로 사회에 진출했지만 열심히 살아 대학도 가고 박사도 돼 인간 승리의 신화를 만들겠다.” 배움에 한 맺힌 어느 고졸 직장인의 옹골찬 포부만은 아니다.

경기도 기흥 삼성전자내의 사내(社內)대학 ‘삼성 전자 공과 대학교’(총장 황창규 삼선전자 반도체 부문 총괄 사장ㆍ이하 삼성전자공대)의 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꿈의 실현은 교육부가 12월 5일 삼성전자공대를 내년부터 ‘4년제 대학교’(University)로 인가함으로써, 사실상 시간 문제다.

IMF 이후 ‘삼팔선’(38세 즈음에 퇴출), ‘사오정’(45세에 정년), ‘오륙도’(56세 정년까지 다니면 도둑) 등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직장 문화를 빗댄 풍자어들이 횡행하는 현실이다. 그 같은 상황에서 현장 근로자를 위한 사내 대학이 4년제 정규 대학으로 인정 받았다는 소식은 따뜻한 기업 문화가 확산되길 바라는 일반인들에게도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반도체 분야 석·박사 526명 배출
안재근 삼성전자공대 부총장(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상무)은 “1989년 사내 대학으로 출발해 2001년 2년제 정규 대학으로 승인 받았지만, 그 간 아쉬움이 있었다”고 밝히며 이번에 4년제 대학으로 승격한데 대해 “사원 입장에선 기업 복지가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것이고 회사 입장에선 맞춤형 인재를 확보하는 산학(産學)협력 차원을 넘은 ‘산학일체’의 길을 연 것”이라고 평가한다. 또 “인텔이나 모토롤라 같은 외국의 초일류 기업에 CEO 양성이나 전략 목표 강화 등 관리직 엘리트를 위한 연수원은 있어도 우리같이 사내 기술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식 대학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고 자부하는 대목에선 삼성 특유의 자부심이 배어 난다.

사실 사내 대학으로서 삼성전자공대는 올해로 15돌을 맞았다. 삼성전자공대는 정식 인가를 받기 전인 2002년까지 졸업생 412명과 지난해 졸업생 57명을 합쳐 반도체(디지털)와 LCD(디스플레이) 분야 전문학사와 석ㆍ박사 총 526명을 이미 배출했다. 머잖아 내년이 되면 반도체공학 학사 과정 40명을 뽑아, 4년제 대학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는 것. 신입생은 삼성전자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사원 중 부서장의 추천과 심사위원 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대학교’라는 명칭에 비하면 신입생 규모는 다소 적은 감은 있다. 그러나 신입생 40명의 정원은 반도체 부문에서 매년 팀 당 1명 정도가 진학하는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라고 대학 관계자는 해명한다.

이 대학 학사 운영의 특이한 점은 방학 없이 1년을 3학기로 운영하는 것이다. 집중 학습으로 4년 과정을 3년 만에 조기 졸업시키기 위한 커리큘럼이다. 그래서 강의와 실험 등도 아침 8시부터 밤 10시 까지 빡빡하게 짜여져 있다. 이 같은 학사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선 입학생은 첫 1년은 의무적으로 기숙사에서 합숙하며 학업에만 전념해야 한다. 업무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은 2학년때부터. 물론 재학 중에도 월급은 계속 나오고 학비는 내지 않는다.

고교 졸업 후 14년 만에 사내 대학에 진학해 내년 졸업을 앞둔 조정희(33) 대리는 “처음엔 공식으로 가득 찬 책과 씨름하는 것이 낯설고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현장에서 무심코 하던 일들을 이론적으로 하나씩 이해하는 성취감과 개인적으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한다는 생각에 힘든 지 몰랐다”고 늦깎이 공부의 즐거움을 설명한다. 그는 또 처음 1년간 부인과 아이들과 떨어져 지낸 합숙 생활을 떠올리며 “일만 하다 흘러보낸 20대 청춘의 야망을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부러움도 많이 샀다”며 활짝 웃는다.

단지 내 위치한 캠퍼스는 1989년에 완공한 붉은 색을 띠는 원형 형태의 3층 건물이다. 밖에서 보면 대학이라 하기엔 너무 조용한 연구소 분위기가 난다. 그러나 대학교(university)로 전환되는 내년부터는 전공 기술 과목 외에도 일반 교양 과목도 35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등 변화로 캠퍼스 분위기가 지금 보다 좀 더 아카데믹하고 활기차게 바뀔 전망이다.

최고 수준의 교수 인프라 구축
교수진에 대한 질문으로 들어가면 삼성전자공대 관계자의 설명은 힘이 들어가고 장황해 진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만 700여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70여명이 전공 분야 강의를 맡으니 최고 수준의 교수 인프라를 갖춘 셈이다. 다만 내년부터 강화될 교양 과목 교수진은 삼성그룹이 재단인성균관대학교에서 강사진을 대거 초빙해 강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공대의 향후 발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안 부총장은 “우선 단기적으로 사내 대학 출신의 박사 1호를 배출하는 것”으로 삼성전자가 도전하는 또 다른 인간 승리 신화에 대한 꿈을 우선 밝혔다. 나아가 장기적인 포부로 “반도체, LCD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는 세계적인 명문 공과 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21세기는 인재 경쟁의 시대이며 이러한 인재를 키우고 확보하는 것이 경영자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인재 투자론’과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그런 대학을 만들려면 돈은 얼마나 투자해야 될까? 우선 내년 대학 운영비용으로 시설투자 강사료 등 각종 교육비에 대략 35억 정도가 들 것이라는 게 대학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 캠퍼스 등 초기 투자가 된 상태임을 고려하면 만만찮은 비용이다. 삼선전자공대와 같은 사내대학 설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타 기업들이 수 차례 방문해 벤치마킹까지 해 갔으나 선뜻 시작을 못하고 있는 연유가 바로 그 투자 비용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인적자원부 김천홍 산학협력 담당관은 “사내대학 설립을 원하는 기업들이 꽤 있으나 운영 비용 확보가 걸림돌인 것으로 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책에 대해 “삼성전자공대와 같은 사내대학제도를 다른 기업체로 확산시키기 위해 고용보험기금에서 사내 대학 설립을 지원하는 방안을 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현재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윈-윈 기업문화의 상징적 사례
사내대학은 ‘적극적 기업복지’의 대표적인 예다. 직장인들에게 월급 인상과 여가 확대 등 당장 눈앞의 과실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이 새로운 꿈을 키워 나가는 기회를 갖는 것만큼 값진 것은 없다. 갈등과 대결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한국 사회 노사(勞使)문화에서 삼성전자공대가 보여 주는 사내 대학이 새로운 대안으로 가는 의미는 크다. 고용자-피고용자가 함께 하는 ‘윈-윈(win-win) 기업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4-12-17 11:20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