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사용액 증가 등 반전 징후 곳곳서 포착기업 투자심리 개선, 경기 회복세 확산 조짐
내수경기 '꿈틀' 경제 '봄날' 움트나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 등 반전 징후 곳곳서 포착 기업 투자심리 개선, 경기 회복세 확산 조짐
‘윗목은 서서히 데워지고 있는데 아랫목에는 언제쯤 온기가 전달될까.’ 기나긴 침체에 빠져 있던 내수 경기가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 부양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아 왔던 정부 당국자들은 물론, 기업 가계 등 각 경제 주체들도 요즘 나타나는 긍정적 신호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관심은 ‘정말 경제가 살아나는 것일까’로 모아진다. 소비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연말 연시의 계절적 특수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최근 두어 달 동안 곳곳에서 들리는 ‘플러스 지표’들은 분명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전하고 있음을 알리는 징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면 경기가 확실하게 부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아직까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상당수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기의 변동에서는 ‘모멘텀’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계기만 마련된다면 회복세가 빠르게 확산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소비 진작 조짐은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지갑이 열린다 그는 전업 주부인 아내와 두 아이를 둬 평소 씀씀이가 작았지만, 이번 연말 연시에는 두 달 동안 무려 400만원을 용돈으로 펑펑 써댔다.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여러 차례 고급 술집에 들러 맘껏 즐겼는가 하면, 가족들과도 오랜 만에 외식과 쇼핑을 다니며 가장 노릇을 톡톡히 했다. C대리는 “연봉만으로는 살림을 꾸려 가기에 빠듯한 게 사실이지만, 모처럼 ‘과욋돈’이 생겼다는 즐거움에 별 거리낌 없이 돈을 쓰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이번에 받은 성과급 중 일부는 비자금으로 챙겨 뒀다”며 “술자리가 생기거나 개인적으로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돈 좀 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꼭꼭 닫혀 있던 가계 부문의 지갑이 열리고 있다. 지난 연말 두툼한 보너스를 받은 대기업 임직원들과 고소득 계층 등이 돈을 쓰기 시작하면서 소비 심리가 완만하게나마 호전되는 기미다. 백화점과 할인점 등 유통업체들은 1월 매출이 상승세를 나타냈고, 신용카드 사용 액수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대표적 고가(高價) 내구재인 자동차 판매량도 지난해 4분기 눈에 띄는 호조를 나타냈다.
1월 정기 세일(7~22일)을 얼마 전에 끝낸 주요 백화점들은 모두 매출 실적이 늘었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롯데, 현대, 신세계 백화점 등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게는 6%에서 많게는 9%대까지 매출액이 신장했다(식품 부문 매출 제외). 실제로 1월 정기 세일 기간 동안 각 백화점에는 고객들의 구매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백화점 업계의 이 같은 실적은 2003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신장률이 지겹도록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신용카드 사용 액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내수 경기 회복의 청신호로 꼽힌다. 지난해 4분기 카드 사용액(현금 서비스 제외)은 44조8,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나 증가했다. 이는 45조8,250억원을 기록했던 2002년 4분기 이후 분기별 실적으로는 최고치다. 지난해 카드 사용액은 연간 실적으로도 2003년에 비해 0.6% 늘었다는 것이 카드 업계의 분석이다. 이 처럼 지난 4분기 신용카드 사용액이 증가세로 돌아선 이유에 대해 카드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중산층이나 고소득층 등 우량 고객들이 카드 소비를 늘린 데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매매 특별법에 따른 단속이 느슨해지면서 남성들의 ‘밤 문화’ 지출이 다시 늘어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코스닥 등 증시 상승세도 일조 대화가 무르익자 금융 전문가인 한 참석자가 결론을 이렇게 내렸다. “단기간에 급등세를 보여 불안한 감도 약간 있지만, 지금 코스닥의 상승은 대세로 보여. 내실 있는 알짜 기업들도 많은 것 같아. 정부 정책도 그렇고 기관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그렇고 투자 여건은 괜찮다고 봐.” 요즘 재테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코스닥 시장과 증시에 관한 것이다. 코스닥은 정부의 벤처 활성화 대책이 발표된 지난 연말 이후 놀랄 만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370포인트 대에서 랠리를 시작한 코스닥 지수가 1월 26일 현재 460포인트 대로 무려 24% 이상 치솟은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는 물론 개미 투자자들의 행렬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주식 시장의 움직임은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표. 때문에 연초부터 벌겋게 달아오른 주식 시장은 조만간 경기가 살아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또한 경제부처 당국자들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자들의 소비로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에 의한 소비 증가다.
기업들 경기 전망도 호전 기업들의 투자 역시 내수 경기 회복에 빠질 수 없는 중대 변수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기업들은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꺼려 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올 들어서는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많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6%가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내년 이후나 돼야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기업들도 35%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가 됐든 내년 이후가 됐든 경기가 회복되기 전에 투자 활동이 먼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부터 기업들의 투자가 서서히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주요 업종별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 조사에서 응답 기업들은 지난해보다 투자 규모를 17.2%나 늘려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60%가 넘는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만큼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5-02-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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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